국기원이 연구와 교육 등 핵심기능을 과감히 버리고 경기단체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인가? 국기원이 오는 11월 6일부터 이틀동안 국기원에서 제1회 세계태권도시범경연대회를 열기로 한 데 대해 태권도계 비판이 적지 않다.   

국기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시범경연대회는 사실상 2006년도에 계획했던 것이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30년 이상 시범단을 육성하고 있는 국기원이 시범문화 활성화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오는 11월 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범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는 것까지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국기원의 핵심기능은 ‘태권도란 무엇인가’, 태권도의 역사와 철학, 정신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체계적인 이론을 정립하고, 교육하는 것이다. 태권도가 체계화된 무도-스포츠임을 어느 누구에게도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도록 역사자료를 만들어내고 교육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기원은 이러한 핵심기능은 외면한 채 행사를 여는 데에만 신경쓰고 있는 듯하다.
국기원이 이런 형편이니 태권도진흥재단이 세계태권도연맹(WTF)과 손을 잡고 세계태권도인들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세계태권도아카데미(WTA)를 출범시키기로 한 것이다. 결국 태권도진흥재단이 주도해 생활체육 지도자와 경기 지도자 교육은 물론 사범교육, 품새와 겨루기의 국제심판 교육 등 전문 태권도인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국기원이 해야 할 기능을 내팽개친 상황에서 진흥재단이 이러한 역할을 주도하기 시작했고, 국기원은 이에 대한 깨우침은커녕 행사판이나 벌이는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시범경연대회 신설에 더 납득할 수 없는 점은 국기원이 매년 주최하는 ‘세계태권도한마당대회’와는 별도로 판을 만든다는 데 있다. 한마당대회는 전 세계 태권도 동호인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의미가 큰 대회다. 태권도인들은 국기원이 애정을 갖고 세계 유수의 축제들과 견줄 수 있는 태권도 축제로 성장시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범경연대회는 세계태권도한마당대회의 한 프로그램으로 충분히 소화될 수 있고, 한마당 잔치를 더욱 풍성하게 할 요소로 활용될 수도 있다. 유사한 종목으로 새로운 대회를 만든다면 오히려 한마당대회의 중요성을 축소하는 결과를 낳게 될지도 모른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태권도계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대회가 신설돼 전문업체에 용역을 의뢰하고, 결국 그들의 배만 불릴 생각은 아닌가 하는 의혹도 갖고 있다. 이런저런 의혹과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시범경연대회를 별도로 치러야 할 이유가 있을까.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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