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의 심사 권한을 중국태권도협회가 독점 처리하도록 한 국기원과 중국협회의 협정 체결은 아주 잘못된 일입니다. 이것은 중국에 있는 한인 사범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지난 5일 오후 5시. 서울의 한 맥주 집에서 <무카스뉴스> 박성진 기자와 함께 중국에서 태권도를 보급하는 A사범을 만났다. 10년 전, 중국으로 건너간 A 사범은 중국 태권도 실정에 밝았다.

그러나 이날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지난해 9월 국기원이 태권도 승품(단) 심사 추천권을 개인 자격이 아닌 중국협회에 위임한 것이 불만족스럽게 때문이다.

“중국에서 태권도 일을 하기 힘들어 짐을 싸서 귀국하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로 현재 한인 사범들의 미래는 비관적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한인 사범은 어림잡아 200여 명. 이중 대부분의 한인 사범들은 중국태권도협회와 적대적인 관계에 있고, 나머지 일부 사범들은 자오 레이(Zhao Lei) 등 중국 태권도계의 수뇌부들과 어울리며 친(親) 중국파가 되어 가고 있다.

A 사범은 중국 수뇌부들과 잘 어울리며 세상 물정에 밝은 몇몇 한인 사범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위해 많은 한인 사범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몇몇 한인 사범들이 중국 태권도계 실세들과 어울리면서 국기원과 독점적으로 심사권을 체결하도록 도왔다. 이 심사권 체결로 중국에 있는 한인 사범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태권도협회에 예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국기원이 지금이라도 중국에 있는 한인 사범들을 위해 중국태권도협회와 독점적으로 맺은 심사권을 이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전처럼 한인 사범들이 중국협회를 거치지 않고 국기원에 직접 심사신청서를 접수하고 단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논리는 한인 사범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이기주의가 아니냐”고 기자가 묻자 “그런 시각으로 보지 말라. 이것은 한인 사범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직접 중국에 와서 한인 사범들이 운영하는 도장에 가 보면 어려운 정도를 알 것”이라며 강변했다.

그러나 A 사범의 고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중국 한인 사범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태권도장을 신설하기 위해선 중국협회가 주관하는 지도자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도장을 운영하는 사범들도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명확한 것은 60-70년대, 유럽과 미국 등으로 건너간 한인 사범들과 10년 전부터 중국으로 건너간 한인 사범들은 여러 가지로 다르다는 것이다. 문화와 풍토 언어 등을 극복하며 어렵게 태권도를 보급한 것은 비슷할지 몰라도 그 뒤에 따르는 재복(財福)은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성원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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