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13 월드그랑프리파이널대회서 노골드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남자부에서는 -58kg급 김태훈이 은메달, +80kg급에 차동민 동메달, 여자 -49kg급 김소희 은메달, 여자 +73kg급 이인종이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은 3, 동 1개로 대회를 마감했다.

반면 유럽세가 강했다. 영국과 러시아가 금 2, 은 1, 동 1개를 차지했으며, 스페인이 금 2, 스웨덴이 금 1,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유일하게 금 1개를 챙겼다.

여자 -49kg급 김소희(오른쪽)의 준결승전 경기 장면.

가령 한 선수가 한해 그랑프리 시리즈(3회 기준)와 파이널을 모두 우승할 경우 올림픽 등급에 해당하는 200점의 랭킹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다. 더불어 세계랭킹 6위까지는 올림픽 자동출전권이 부여, 각 국가협회의 올림픽 대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첩경이다.

한국의 역대 최악 성적의 패인은 우선 병합체급에 대한 준비부족을 들 수 있다. 푸에블라서 세계선수권 2연패를 차지한 이대훈과 김소희는 각각 남자 -63kg급과 여자 -46kg급이 자신의 체급. 그러나 올림픽 체급 기준으로는 -68kg급과 -49kg급으로 병합된다.

이대훈의 경우 런던올림픽 4강전서 맞붙었던 러시아 알렉세이 데니센코와 8강전에서 겨뤄 패했고, 김소희의 경우 결승전서 이체급 세계선수권 3회 우승의 기록을 갖고 있는 스페인의 브리히다 야게 엔리께에게 패했다.

두 선수 모두 테크닉에서는 천재라 불릴 정도의 정상급 선수. 패인은 병합체급에서 체격과 체력의 차이였다. 이대훈은 경기 중후반 급속한 체력저하로 인해 역전의 활로를 찾지 못했고, 김소희 역시 훌륭한 경기를 펼치고도 상대의 노련미와 힘에서 밀렸다.

두 번째로는 대도 전자호구에 대한 파해법 및 해외선수들에 대한 분석 부족이다. 이에 대해 대한태권도협회(KTA) 김세혁 전무는 경기가 모두 끝난 15일 경기장에서 선수들과 미팅을 갖고 '대도 전자호구의 특성상 상대선수들의 변칙 경기를 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최고의 실력을 갖고 있지만 정석 플레이를 펼친 것이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다. 우선 런던올림픽과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역시 대도 전자호구를 사용했으며, 푸에블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최근 몇 년간 보기 드문 최고의 성적으로 남녀 동반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종기 국가대표 팀 감독은 ‘당시에는 저산소 훈련을 통해 체력을 강화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대도 전자호구에 대한 파해법 부족과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체력 훈련이 소흘했다는 자평인 셈이다. 이는 해외 선수들의 훈련 방식과 경기 스타일에 대한 분석 부족으로 집약된다.

또 하나 지적되어야 할 점은 우리 선수들의 근성이다. 개개인 모두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대회의 경우 유독 우리 선수들의 근성과 투지가 돋보이지 못했다. 반면 영국의 제이드 루이스 존스, 러시아의 올가 이바노바 등은 패기와 근성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덧붙이자면, 우리 선수들이 너무 경직되어 있는 것도 향후 개선되어야 할 과제다. 우리 선수들의 경우 지나치게 경기장에서 위축되어 있다. 문화의 차이겠지만 해외 선수들의 경우 코트에서 몸을 풀거나 투지를 높이는 제스추어에서 자연스러운 반면 우리 선수들의 경우 누가 보더라도 자신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올해 초 구성된 국가대표 장기 강화훈련단 코치진을 두고 끊임없이 내외부에서 설왕설래한 불협화음 역시 우리 선수단의 분위기를 침체시키는데 한몫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평가다.

그러나, 김세혁 전무의 표현을 빌자면 이번 그랑프리파이널대회는 2016년 브리질 리오 올림픽을 앞둔 첫 번째 시험대였을 뿐이다. 그렇다면. 향후 국제대회에 대비해 패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장기 발전 정책 및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 KTA와 국가대표 팀의 과제로 남았다.

특히, 병합체급 선수들에 대해서는 소속 팀과 국가대표 선수단에서 올림픽에 대비할 수 있는 장기적 호흡의 훈련 및 대비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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