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되었던 청소년대표(중학생 대상) 육성사업 지도자 교체 과정에서 대한태권도협회 (KTA) 김세혁 전무는 당시 중학교지도자협의회에 의뢰해 새 지도자들을 추천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되짚어보면 우선 중학교지도자협의회가 전체 중학교 지도자들을 대표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의문이 든다. 모든 중학교 지도자가 협의회에 속해있지는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회원은 지원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당시 중학교지도자협의회 추천 과정에서 비회원들은 별도의 공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두 번째는 지도자협의회 활성화를 위해 일종의 지도자 추천권을 위임하는 것이 미래 국가대표 육성을 위해 조기 인재발굴과 지원 및 육성이라는 본 취지에 부합하는가 하는 점이다.

KTA는 중앙경기단체로 우리나라 태권도 경기단체를 대표하고, 국제경기력 향상의 책임을 진다. 여기에 걸맞은 책임과 권한을 가진다. 우수선수 발굴을 위한 청소년 육성사업 역시 대한체육회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태권도 경기력 발전을 위해 KTA가 전적인 책임과 권한을 진다.

그러나 이를 현 시점에서 대표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지도자협의회에 추천권을 줄 경우 희망대로 지도자협의회 활성화에 도움은 될지 모르지만, 유망주 조기발굴과 육성에 큰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국가대표 후보선수단(고등학생 대상) 지도자 선발과 관련 다시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이 문제를 다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일부터 무주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대통령기 대회장에 ‘알림’ 이라는 제목의 공고가 붙었다.

바로 ‘2014년도 국가대표 상비군 지도자 모집 공고’

해당 공고에 따르면 고등학교지도자들을 중심으로 한 한국태권도지도자협의회가 정회원을 대상으로 국가대표 후보선수단 지도자를 모집한다는 것이다. 지도자 선발에 대한 최종결정권한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총 4명을 추천하고 이중 KTA가 2명을 선발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해당 협의회는 전체 고등학교 지도자 중 약 30%가 정회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가입한 회원 중 회비를 완납하지 않거나 처음부터 가입하지 않은 고등부 지도자도 있다. 결국 대표성의 문제가 다시 돌출한다. 나머지 70%의 지도자 중 국가대표 후보선수단 지도자를 희망하는 경우 2013년도까지의 회비를 완납하고 정회원 자격을 갖추든지, 해당 협의회에 가입하든지 해야 한다.

이에 대해 협의회를 대표하는 임승찬 회장은 “고등학교 지도자면 전부 다 대상이긴 한데, 회비를 다 낸 정회원이 약 30%이다. 전무님이 일방적으로 하라고 한 것은 아니고, 협의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좋은 취지로 말씀하셔서 하기로 했다. 24년을 내려온 지도자협의회를 활성화하고 뿌리를 찾고자 하는 일이다. 지원자격을 놓고 협의회 임원끼리 의논과 진통과정을 거쳐 정회원을 대상으로 했다. 향후 회원가입도 늘어나고, 협의회를 활성화시켜 그 명맥을 찾기 위한 취지다”라고 밝혔다.

경기인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지도자들의 협의체를 활성화한다는 좋은 취지라는 의미다. 일견  해당 협의회 관계자들 및 정회원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지도자들의 권익보호와 경기문화 개선, 제도권 단체의 불합리한 규정이나 관행을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나름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은 권장하고 독려할 일이다.
 
그러나, 경기인들의 사기진작과 협의체 활성화를 위해 국가대표 후보선수단 지도자 선발에 대한 추천 권한을 주겠다는 것은 말 그대로 미래 국가대표 육성과 지원의 취지와는 다른 문제다.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것인지 의미가 모호했다.

태권도 경기단체를 대표하며, 국제경기력 향상의 책임을 진 KTA의 중요 권한과 책임인 중요 지도자 선발이 중학교지도자협의회, 한국태권도지도자협의회 활성화를 위한 유인책으로 양립할 수 있는 문제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김 전무는 “협의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 목적이 아니다. 현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한 것이다. 그동안 청소년 육성사업 지도자 선발, 국가대표 후보선수단 지도자 선발에 있어 면접도 없었다. 런던올림픽의 경우에는 기전위, 감독,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면접을 실시해 선발했었다. 앞으로 미래를 내다보면 상비군 지도자를 잘 한 사람들이 국가대표 지도자를 하는 게 맞다. 그래서 협회 공고보다는 협의회 사람들이 현장에 있기 때문에 본인들이 능력있는 지도자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협의회 활성화 방안이 된다면 그것도 좋겠지만, 단순히 그것을 위해 한 것은 아니다. 이번 경우 유경험자 2명과 새로 뽑히는 2명을 구성해 대표 팀 상시체제를 대비한 지도능력 검토도 할 수 있고, 순환교체도 염두에 두고 한 것이다. 지도자의 능력 제고의 계기로 삼기 위함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무는 협의회의 대표성 문제에 대해서는 “미리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과거 내가 협의회를 할 때에 비해 이렇게 많이 줄어들었는지 몰랐다”라고 밝혔다.

물론 김 전무 입장에서 각 협의회를 중요 지도자 선발 채널 중 1곳으로 삼아 현장성을 강화하겠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해당 협의회가 전체 지도자를 아우르는 대표성을 토대로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표성의 담보도, 기술전문위원회 등 내부 논의 및 검토가 없었다는 점이 문제다. 

KTA는 그간 국가대표 후보선수단 지도자 선발과 관련, 전원 혹은 일부인원에 대해 교체사유가 생기면 이를 공고를 통해 접수하고, 기전위 회의 등을 거쳐 전원 혹은 교체인원을 충원했다.

만일 이 과정에서 지도자들 마땅히 주장할만한 문제점이 있었다면 오히려 지도자 다수의 의견을 수렴해 목소리를 높여 전달하고, 지도자 선발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요구하는 것이 어쩌면 협의회의 몫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지도자들의 권익을 제고하고 활성화를 꾀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다.

또한 김 전무가 그간 중요 지도자 선발과 관련한 문제의식이 있었다면 이를 내부에서부터 개선하고 양질의 지도자를 선발하는 계기로 삼았어야 한다.

그러나, KTA가 마땅히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져야 할 중요 지도자 선발이 추천권을 통해 해당 협의회 활성화를 꾀하는 계기로 전도되는 것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한편 한국태권도지도자협의회 임승찬 회장은 이 같은 의견이 전해지자 “정회원이 아닌 협회 등록 지도자 전원을 대상으로 다시 공고를 하겠다. 우리의 방식이 꼭 틀려서가 아니고,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임원들과 논의해 이 같이 다시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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