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프로 스포츠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지난해 프로축구에 휘몰아쳤던 승부조작 사태가 프로배구, 농구, 야구로 일파만파 번지면서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불똥이 또 다시 아마추어 스포츠로 튈까 걱정이다. 이미 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모 코치가 2010년 3월 열린 전국 남녀 중ㆍ고등학교 쇼트트랙대회에 앞서 다른 코치들과 짜고 종목별 입상선수 명단을 정해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례가 있다.

프로 스포츠에서 돈을 불법으로 챙길 목적이라면 아마추어에서는 국가대표 선발과 대학 진학을 위해 승부조작이 이뤄지고 있다. 태권도도 더 이상 승부 조작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미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선발전에서 모 대학 팀 관계자들이 승부 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특히 태권도는 스포츠이기 전에 예의를 중시하는 무도다. 전국에서 1만여 개의 태권도장이 인성교육을 강조하며 어린 수련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수련생들을 도장에 보낸 부모들도 최소한 태권도는 정직한 무도-스포츠라 여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승부 조작 사건이 발생한다면 태권도에 대한 이미지 추락은 물론 그렇지 않아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태권도장을 도탄에 빠뜨리는 일이 되고 만다.

따라서 대한태권도협회(KTA)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 하지 말고 사전에 철저한 교육을 통해 태권도가 승부 조작에 연루되는 사태가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던 일들이 누군가의 억울한 사정에 의해 다른 시각으로 해석되고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선수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소속팀 코치가 다른 팀 코치와 짜고 대학 진학이 결정된 선수에게 양보를 권유하거나, 출전을 포기시키는 행위도 승부조작에 포함된다.

태권도에서는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갖고 있다가 무방비 상태에서 검찰에 소환되는 등 난리가 나서야 승부 조작이 아니라 일부 선수와 코치들의 선의에 의한 양보니 아니니 변명해 본들 구차할 뿐이다.

당장 오는 29일 런던 올림픽 1차 평가전을 앞두고 있다. 각 체급별로 맞붙을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여자 -67kg급을 제외하고는 체급마다 같은 팀 선수들끼리 겨루게 되어 있다. 코칭스태프가 내심 올림픽에 출전하기를 바라는 선수가 따로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가 무의식적으로 속내를 드러내 어느 특정선수가 피해를 봤다고 느끼게 된다면 승부 조작으로 오해, 비화될 수도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정치, 경제, 사회적 명사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스포츠 지도자 역시 명심해야 할 덕목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성 추문 이후 미국인이 제일 싫어하는 스포츠 선수 2위에 올랐다.

승부 조작은 스포츠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범죄다. KTA를 비롯 태권도 각급 경기단체들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경기문화가 조성되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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