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터진 원주 한 합기도장 수련생들의 편법적인 국기원 승단 심사 응심과 정부 기관의 태권도 자유업종화(신고제 폐지) 검토 등으로 태권도계의 걱정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런 시련 속에서 태권도계는 합기도장 수련생들에게 국기원 심사를 볼 수 있도록 ID를 제공했거나 사건에 연루된 자들에 대한 제재는커녕 태권도의 자율적인 울타리를 벗어난 일반 사회의 법을 들이대며 사건을 덮으려 드는 시도에 의해 태권도인 자율로 만든 승단심사 규정과 절차, 계약은 물론 태권도계의 현 체제와 질서가 흔들리는 위기에 처했다.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KTA)가 태권도 도장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시도협회의 등록을 거부하는 비등록 도장이 생겨나면서 발생할 여러 가지 부정적 사태에 대비해 승단심사 규정을 완벽하게 정비하지 못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원주 합기도장 수련생들이 서울시태권도협회 산하 구지회의 임원이 관여하는 모 태권도장 ID를 이용해 국기원 심사에 응심한 것을 놓고 벌이는 작태는 통탄스럽기 그지없다.

이번 사건을 두고 대부분의 태권도인들은 국기 태권도 교육의 훼손이요, 편법적이고 부당한 절차의 응심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또 한 편은 법률상 문제될 게 없다고 변명한다. 양측이 부딪치면서 타 시도협회를 통한 우회 심사로 불거졌던 태권도계의 해묵은 갈등이 또 한 번 드러나게 되었다. 합기도장 하나 때문에 태권도계 전체가 또 다시 흔들리는 꼴이다.

지금 태권도계의 모습은 발전을 위한 혼란쯤으로 봐줄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이젠 비등록 도장은 물론 타 종목 수련생들까지 등록도장의 심사 ID를 부당하게 이용해 태권도 단증을 받아가려 하고 있다. 타 종목을 수련하면서도 국기원의 태권도 단증을 받을 수 있다면 굳이 수백만 원의 협회 등록비를 내면서 태권도장을 개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타 종목 도장에서 국기원이나 대한태권도협회와는 아무 관계없는 무도를 수련하면서 도대체 국기원 승단심사와 단증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장삿속 이외에 다른 목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또 태권도와는 상관없는 도장이나 수련생에게 ID를 빌려주고 심사편의를 봐주는 시도태권도협회나 지부, 그 관계자의 의도나 목적은 무엇일까. 금전적인 것 말고도 그럴 만한 명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태권도계 실정이 이러한데 정부는 태권도장의 자유업종화를 검토해 태권도인들의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 대다수 태권도인들은 태권도장이 자유업종화될 경우 무자격 지도자들로 인한 태권도 교육의 질적 저하, 무분별한 도장 개설과 난립으로 인한 폐해를 우려하고 있다. 다행히 이같은 여론을 수렴한 KTA와 문화체육관광부도 규제완화가 부를 부작용과 후유증을 고려해 현 제도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태권도장이 자유업이 될 경우 태권도장 지도자들에 대한 능력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수련생들이 성범죄자나 부도덕한 자들에게 노출될 위험은 훨씬 커진다. 일부에서는 대한태권도협회 자체 상벌규정으로 부적격 지도자를 통제할 수 있다는 의견이지만 개인 경력조회의 한계, 툭하면 들고 나오는 공정거래법 등 일반 법률과의 상충 가능성으로 사실상 지도자 관리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위험들을 우려해 오히려 태권도장을 허가업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여론도 없지 않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국토해양부 등 4개 부처와 16개 시도 교육청, 경찰청의 협조로 2011년 성범죄자 아동·청소년 관련 교육기관 시설 취업실태를 점검한 결과, 46명의 성범죄자가 적발됐으며 그 가운데 태권도장 등 체육시설 종사자가 21명이나 됐다. 교육적 의미가 커진 태권도장의 자유업종화를 반대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창완 기자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