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가 대한민국의 가장 자랑스러운 전통무예로서의 위상을 지키며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는 항쟁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무예 수련을 금지당했다. 그러나 태권도인들은 이 무예를 전승시키고자 심신의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태권도의 명맥을 자켜왔다.

광복 이후에는 태권도를 우리의 자랑스런 무도로 우뚝 세우기 위해 뜻있는 태권도인들이 후진양성에 힘을 쏟았고, 그 결과 태권도 수련인구는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 여러 갈래의 관(館)에 따라 태권도 품새나 기본동작이 제각각이어서 수련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관의 대표자들이 모여 통일된 태권도를 보여주자는 데 합의했고, 그 결과 1961년 9월 16일 대한태권도협회(KTA)가 창설되게 됐다.

이런 어려움과 우여곡절을 딛고 오늘날 세계적인 무도로 올라선 태권도가 그 권위를 위협받고 무도 정신도 없는 하찮은 운동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 이유는 돈벌이에 눈이 먼 일부 몰지각한 태권도인들의 암묵적인 지원 아래 태권도를 체계적으로 수련하지 않고도 돈만 주면 단증을 받아내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원주 한 합기도장 수련생들의 국기원 승단 심사 응심이 바로 그런 경우다. 사업자등록만 내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는 종합무술체육관 관원들이 서울시태권도협회 소속 모 구지회를 통해 국기원 심사를 받은 것이다. 이번 사례 외에도 타 무도의 수련생들이 국기원 태권도 심사를 보고 단증을 받아간 경우가 허다하다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이것은 태권도인들 스스로 태권도의 권위를 깎아내리고 ‘단증 장사꾼’으로 전락하는 꼴이다. 당장 돈 몇 푼 벌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국기 태권도의 권위와 이미지는 갈수록 추락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태권도는 이 사회에서 외면 받게 되고 수련인구는 점점 줄어 결국은 스스로 망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지금 태권도인들 스스로가 태권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타 무도 수련인들은 태권도 단증을 따는 게 가장 쉽다고 말한다. 태권도를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심사에 앞서 심사비를 내고 품새를 외워 1분도 채 안 되는 심사시간을 때우기만 하면 합격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태권도인들 사이에서도 심사 신청 ID가 돈 몇 푼 챙기기 위한 수단으로 돌아다니고 있으니 오죽하겠는가.

이번 문제가 된 원주 합기도장의 경우 수련생들이 서울태권도협회 모 구지회를 통해 태권도 심사를 받은 것이 확실한데도 그에 대한 조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KTA), 서울시태권도협회, 해당 구지회 모두가 부당한 심사와 단증 발급의 폐단을 척결하려는 의지가 미흡해 보인다. 사건 이후 꽤 시일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밝혀진 것이라곤 부당한 절차의 심사가 이뤄졌었다는 사실뿐이다.

국기원은 KTA로, KTA는 서울시협회로 조사를 의뢰하다보니 조사는 더욱 지지부진하다. 사건 당사자들이나 관련 단체들이 마치 시간이 흐르기만 바라고 있는 듯하다. 이번 사태를 은근슬쩍 넘기고, ID를 부당하게 사용토록 한 당사자를 비호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국기원도 KTA도 서로 미룰 것이 아니라 합동조사를 벌여서라도 명확하게 사실을 규명하고 강력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 국기원과 KTA가 이번 사태를 올바르게 처결하지 못한다면 태권도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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