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격파 부문 우승자 박선홍 관장이 부어 오른 발등을 치료 받고 있다.

격파 고수들에게 어김없이 따라다니는 그림자는 격파 순간의 고통. 기왓장이 단련된 주먹에 으스러져 가루가 되는 순간 격파자의 주먹에도 그만큼 큰 충격이 전달된다. 손날에 갈라지는 대리석을 보며 감탄하는 관객들은 격파자의 손에 느껴지는 고통은 보지 못한다.

대회에 참가한 격파 고수들은 대부분 1년 365일 격파 수련을 이어간다. 몸이 날랜 젊은 선수들이 참가하는 기술격파부문에 비해 연륜의 관장들이 주류를 이루는 위력격파의 경우 수련 기간도 상당히 길다.   

격파 고수들의 수련은 인고를 통한 담금질이다. 온몸에 느껴지는 고통을 참아내면서 정권, 손날, 발 등을 단련한다. 강한 통나무나 벽돌, 쇳덩어리를 반복적으로 가격하는 것이 기본적인 단련법이다. 살갗이 찢어지는 고통을 반복하면서 피부가 굳어지고, 충격을 견디면서 뼈와 근육도 강인해진다. 무엇보다 고통을 참아내는 인내가 함께 길러진다. 

그렇게 다년간의 수련으로 강해진 손과 발이라도 경기장에서 부상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 인내에 익숙한 이들이 고통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경기 직후 부어오르고 찢겨져 피가 흐르는 현장은 곧바로 눈으로 확인된다.

지난 3일 경기도 양평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년 KTA 격파왕대회에서도 숫한 격파 고수들이 피를 흘렸고, 치료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신설된 돌개차기 송판 격파는 특히 많은 부상자를 냈다. 1.8cm의 송판을 8장 이상씩 겹쳐놓고 발등으로 파괴하기란 쉽지 않았다. 또 격파했다 하더라도 발등에 전해지는 고통과 상처는 상당했다. 박선홍(35, 용인대성산체육관) 관장은 완벽한 돌개차기 동작으로 10장의 송판을 깨뜨려 우승을 차지했지만 발등이 풍선처럼 부어올라 한동안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의료진의 응급조치를 받고 한동안 휴식한 후에야 시상대에 오를 수 있었다.
   
2년 연속 기술격파부문 격파왕 자리에 올랐던 신호철(경민대)도 부서지는 송판 끝에 발등을 배어 피를 흘렸으나 밴드를 여러 장 붙이는 응급조치만 취하고 바로 경기에 들어갔다.

이런 인고와 부상을 받아들이며 격파 고수가 되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 30년간 격파 수련을 이어온 한 태권도인은 “격파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내 몸이 한계를 벗어나는 걸 경험한 사람들은 격파를 그만둘 수 없을 것”이라며 격파의 매력을 설명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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