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한 관장(오른쪽)과 아들 민석군

격파대회는 상황이 좀 다르다. 강도를 알려주는 것보다 대회를 공정하게 치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정한 강도의 격파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보통 손날격파에 사용되는 격파물로 가장 선호되는 것이 대리석이다. 강도 높은 대리석을 손날로 파괴한다는 것은 격파의 매력을 알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대리석은 그 강도가 일정하지 않다. 같은 힘으로 내리쳤을 때 두 장이 부셔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꿈쩍도 안하는 것도 있다. 두께도 일정하지 않다. 잘라내는 것 자체가 힘든 대리석을 일정한 두께로 절단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0.8cm의 오차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결과적으로 같은 조건과 환경에서 이뤄져야 할 대회에서는 대리석이 적합하지 않다는 말이 된다. 젊은 시절부터 격파의 매력에 흠뻑 빠져 살아온 김유한(50, 경기도 고양시 인송체육관) 관장은 대회에 출전하면서 늘 이런 부분이 아쉬웠다. 수년간 뼈를 깎는 고통으로 몸을 단련한 격파 고수들이 잘못된 격파물 때문에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손날격파에서 대리석을 대체할 격파물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제작된 격파물이 3년 전부터 대한태권도협회 격파왕대회에서 손날격파물로 사용되고 있다. 또 올해는 국기원이 주최하는 태권도한마당에서도 대리석 대신 사용됐다.

쉽지는 않았다. 평생 태권도만 수련한 김 관장이 돌 굽는 일을 잘 알지도 못했거니와 금형 제작비 등 기본적으로 필요한 비용이 상당했다. 그렇게 수년간 매달린 끝에 지금의 격파물이 완성된 것이다.

격파자들의 반응도 좋다. 대리석 자체의 결점을 보완한 것 이외에도 좋은 점이 있다. 격파자가 직접 격파물을 쌓아 올리는 대리석 손날 격파의 경우 대리석과 대리석 사이에 두 개의 핀을 올려놓게 돼 있다. 주어지는 시간은 1분. 시간이 경과되면 감점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격파자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시간도 부족하고 격파 결과와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관장이 만든 새 격파물은 핀을 꽂을 필요가 없다. 격파물간 간격을 둘 수 있는 모양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격파 마니아다. 2005년 한마당에 출전해 주먹, 손날 부문을 모두 석권했던 격파 고수. 지난 3일 열린 2011 KTA 격파왕대회에는 아들 김민석(21살, 한국종합예술대 1학년, 연극전공) 군과 함께 출전해 자신이 만든 격파물을 깨뜨렸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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