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권 교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자신들의 말과 글을 사랑하지 않는 민족은 없을 것이다. 언어는 시대와 사회현상에 따라서 각각의 특색을 나타내고 그 쓰임도 전통과 시대상황에 맞게 변화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불어는 가장 예술적인 언어로 이해되는가 하면 라틴어는 예로부터 학문적인 언어로 분류되기도 하였다.
 
언어의 역사성에 대하여, 인간이 언제부터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는가에 대하여서는 현대 사회에서의 지식으로서는 정확하게 규정할 수가 없다고 한다. 다만 언어에 대한 오랜 기원설의 하나로 학자들은 몸짓이론을 든다. 이것은 인간이 말을 구사하기 이전에 얼굴의 표정이나 손짓과 발짓 또는 몸짓 등과 같은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시작하였을 것이라는 추론인데, 원숭이나 유인원 등과 같은 인간과 유사한 활동방식을 가지고 있는 고등생물들의 생활을 관측해 봄으로써 추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기독교의 성서 중 구약성서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에서 인간의 언어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성서의 11장에서는 노아의 홍수 이후 바빌로니아 근처에 모여서 살며 모두가 한 가지의 언어를 사용하던 인류가, 하늘 끝까지에 달하고 싶은 욕망으로 이른바 ‘바벨탑’을 만들게 되며 신의 권위에 도전하게 되자, 신이 바벨탑을 무너뜨리며 인간들이 의사소통을 못하게, 서로 다른 각각의 언어로 말하게 만들었다 한다. 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들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게 되고, 서로 다른 민족이 되는 과정에 대한 구약성서의 해석이다.
 
요즘 모 방송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뿌리 깊은 나무’는 소설가 이정명의 원작소설을 드라마화한 것으로 훈민정음, 즉 한글의 창제와 반포에 대한 역사적 스릴러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글의 창제와 반포로 대표되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세종대왕과 젊은 학자, 그리고 이를 방해하고 막으려 하는, 한자 사용의 기득권 보수 세력 간의 거대한 음모와 대결 형식의 이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의 땅에서조차 박해와 천대를 받아가며 태어난 우리의 글, 한글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민족과 민족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지표가 바로 언어이며, 정치, 문화적 측면에서 다른 민족에 대해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언어이고, 언어의 역사가 곧 그 민족의 흥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1)는 것을 직시하면, 어찌하여 말과 글에 대한 투쟁이 그리도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것인지, 일제는 일제 식민지 시절에 왜 그리도 철저하게 우리말과 글에 대하여 탄압정책으로 일관한 것인가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태권도의 세계화 과정을 통하여 우리의 말과 글에 내재된 우리 전통문화를 세계적으로 전파하게 된 것은 위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가히 우리 역사에 빛날 획기적인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현재 태권도 속의 한국어에 대한 상황은 그리 찬란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적 단체임을 내세우면서 세계적인 조류를 운운하며, 한국어를 홀대하는 태권도 단체는 이미 그렇다 치고라도 앞차기를 ‘Front Kick’, 옆차기를 ‘Side Kick’으로, 심지어 ‘Ax Kick’에 ‘Tornado Kick’으로까지 표현하고 있는 태권도의 교육 현장을 보고 있노라면, 그 옛날 말할 수 없는 반대와 방해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한글의 창제와 반포를 실행했던 선현들의 모습이 떠오르게 되어 몹시도 부끄러워진다.

한국체육대학교 장권 교수

장권(한국체대 태권도학과 교수)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장권(한국체대 태권도학과 교수)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