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단체로 지정된 지 1년 9개월. 충남 태권도가 사분오열로 갈기갈기 찢겨나가고 있다. 내분을 봉합하고 새 집행부를 구성해야할 관리위원회는 행여 불똥이나 튈까봐 아예 이들 싸움에서 멀찌감치 물러서 있는 모습이다. 이대로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태권도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년간 두 갈래로 나뉘어 극한 마찰을 빚었던 충남태권도협회가 관리단체로 지정된 후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다. 종전의 충남협회가 더 복잡한 양상으로 분열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현 충남협회 사무국, 전 충남협회, 천안시협회 등으로 갈라져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 배를 타고 있던 전 충남협회 실세와 현 충남협회 사무국은 관리단체 지정 후 급격하게 등을 돌린 상태로 전해지고 있다. 충남 출신 한 태권도인은 “과거 충남협회에서 함께 일하던 A씨와 B씨가 A씨 사퇴 후 관계가 악화됐다. A씨의 간섭이 싫었을 수도 있고, 지시만 받다가 막상 권력이 생기니까 말을 잘 안 들었는지, 어쨌든 최근 사이가 좋지 않고, 이들을 따르는 세력들도 분리된 상태”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관리위원회가 충남 태권도를 바로세울 때를 기다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 보인다. 관리단체 지정 이후 지금까지 진행된 것으로 미루어 각 세력 간 갈등이 심화되거나 더 큰 분열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충남 태권도 사태를 지켜보면서 대한태권도협회(KTA)가 이를 방관하는 것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KTA는 관리단체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충남협회는 충남체육회 산하단체이기 때문에 KTA가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충남태권도협회가 충남체육회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충남협회가 수행하고 있는 가장 큰 수익사업은 승단(품) 심사. KTA는 심사위임계약을 통해 충남협회가 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위임한 상태다. 충남협회가 위임된 심사업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KTA는 언제든 심사권한을 다시 회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또 관리단체로 지정됐다는 것부터 심사업무를 제대로 이행하기 힘든 상황으로 판단할 수 있다.

심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경기 진행. 제도적으로 시도협회가 주최하는 대회에 대해서는 KTA가 직접 간여할 권한이 없다. 그러나 KTA는 나라 안의 태권도 경기 전체를 관장하는 기구여서 시도협회가 KTA를 거스르면서 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충남협회가 KTA의 뜻을 거스를 경우 KTA 주최 모든 대회에서 충남협회를 배제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바로잡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KTA는 지난해 충남협회가 관리단체로 지정된 후 직접 심사관을 파견하고 심사를 진행했었다. 또 지난 소년체육대회 충남대표 선발전에는 KTA 상임심판을 파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몇 번뿐. 지난해 하반기부터 심사에는 감독관만 파견하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고, 충남 전국체전 대표 선발전에는 충남지역 자체 심판으로 대회를 치렀다.

충남협회 사태가 잡히지 않는 한 시도협회의 분쟁을 방치하고 조정 능력을 상실한 KTA에 대한 비판도 그치지 않을 것이다. 관리단체 지정 이후 더 극한 대립과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충남 태권도에 대한 KTA의 극약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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