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세계품새태권도선수권대회 취재를 위해 찾아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광경은 모두가 낯설었다. 공항 측 지시에 따라 비행기에서 내려 꽤 오랜 시간 기다려 셔틀버스를 타면서부터 우스꽝스런 상황이 벌어졌다. 빤히 눈에 보이는 20여 미터 떨어진 공항 출구까지 꼭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의아했지만 공항 직원 말에 따라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도시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음산한 느낌이었다. 건물이 낡은 데다 대부분의 벽에 칠한 페인트가 벗겨져 거친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났다. 현지인들은 불친절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친절하다고는 더더욱 말하기 어려웠다. 대부분 하얀 피부에 푸른 눈이라서 그런지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것이 상당히 차갑게 느껴졌다.

대회가 열린 곳은 유원지로 보이는 아무르강 하구 해변의 올림피에츠 스포츠 콤플렉스(Olympiets Sports Complex). 대회 첫날 오전 입구에서 보안요원들에게 가로막혀 들어갈 수 없었다. ID가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내심 ‘플로어도 아니고 경기장 입구에서 막는 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등록센터로 가서 아이디카드를 만들어 경기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일반인들은 어떻게 경기장에 들어가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설마 하는 생각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일반인은 출입금지. 작은 경기장 입구에 무려 3~4명의 요원이 검색대를 놓고 진을 치고 있었다. 다행이 개막식에는 카드 없이도 입장이 가능해 관중석이 꽉 채워졌다. 한국에서는 관객들 좀 와줬으면 해도 아무도 경기 관람을 하지 않아 걱정하는데, 이곳에서는 주최 측에서 일반 관중의 입장을 막다니 참 놀라웠다.

2007년 중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때도 시민들 출입이 통제됐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하더니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하고 짐작됐다.

해변을 찾은 이들은 개막식이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경기장 입구에 모여 있었다. 한국이라면 입장을 막는 것에 대해 항의가 잇따르고 언론에서도 비판을 가했을 텐데 이곳 시민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오랜 시간을 기다려 입장했고, 개막식 행사가 끝나고 조용히 퇴장했다.

한국민의 한 사람으로 한국의 무술인 태권도 경기, 그것도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하는데 개최도시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참 아쉬웠다. 다행스럽게 개막식에 이어 5인단체전 경기는 모두 공개됐다. 덕분에 태권도 전문지 기자 생활 4년 동안 처음 와 본 도시에서 관중들의 열띤 호응과 함성 소리를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어서 기뻤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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