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범경기로 치러진 자유품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베트남의 경연 모습.

사실 이와 같은 반응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품새는 겨루기보다 예민하고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이다. 또 선수마다 개인적인 특징과 습관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선수들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도복을 수선하고 그것에 맞게 연습한다. 작은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새 선수들에게 도복은 단순한 겉치장이 아니다. WTF의 이번 경기복 지급은 각기 다른 발을 가진 스케이팅 선수들에게 경기 이틀 전 똑같은 스케이트를 일괄 공급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대회를 위해 1년간 공들여 훈련해온 선수들에게 대회 이틀 전 처음 경험하게 된 경기복은 당연히 큰 부담이다. 도복을 지급하는 곳 옆에 도복을 수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긴 했지만 정교한 수선은 불가능했다. 도복이 익숙하지 않아 경기장에서 인상을 쓰며 옷을 추켜올리는 선수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WTF 주최로 열리는 세계품새선수권대회는 품새부문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대회다. 올림픽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세계선수권대회가 전 세계 품새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나 다름없다. 그러나 어렵게 국가대표로 선발돼 자긍심을 갖고 참가한 선수들은 경기복 때문에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해외에서 수십 년 품새를 가르친 한 한국인 사범은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을 배려하지 않은 WTF는 스스로 대회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무신경하고 무계획한 WTF 행정에 일침을 가했다.

그나마 WTF는 경기장에서 새로 선보인 경기복에 대한 디자인, 색상, 소재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경기복의 기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던 선수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하면 된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또 품새 대회만의 경기복을 따로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도 좋은 시도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품새 경기복이 도입되면서 우려되는 더 큰 문제는 선수들에 대한 공급체계다. 모든 선수들이 원하는 시기와 장소에서 또 기능적으로 문제가 없는 경기복을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받지 못한다면 전자호구 도입에서 보인 혼란과 고통을 반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품새 경기복 사용은 이미 지난 2007년 정기총회에서 결정된 사항으로 당시에는 2008년부터 시행할 계획이었다. 뒤늦은 준비로 올해 허겁지겁 첫선을 보인 경기복이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가 되지 않도록 WTF의 치밀하고도 신중한 준비가 필요하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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