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일선도장 경영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태권도계에서 크고 작은 단체들의 주도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며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는 불미스러운 사태들이 빈발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요즘 태권도계는 그야말로 체육계 ‘소송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하루가 멀다 하고 고발, 진정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태권도계의 자정 노력과 사업의 계획, 예산 편성, 진행 과정 및 자금 사용 등에 투명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WTF), 일부 시도협회가 소송에 시달리면서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부분 각 단체의 행정적인 실수나 잘못으로 비롯된 소송이지만 일각에서는 굳이 소송으로까지 가지 않아도 될 사안들이 감정이 개입되며 법정 다툼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태권도인들의 권익을 위해 존재해야 할 기구들이 권위만 내세우며 설득과 타협에 인색하기 때문에 더 많은 송사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기원은 법정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입성한 현 집행부가 전 집행부의 미국지원 설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법정 분쟁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지원 관계자들이 직접 국기원을 방문해 몇 차례 협상을 시도했지만 국기원이 입장을 바꾸지 않자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전, 현 집행부 간 불편한 관계가 결국 소송으로 이어진 셈인데 이로 인해 국기원은 수억 원의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됐으며 패소할 경우 손해배상 규모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또 김명수 이사가 국기원 정관 7조 2항(당연직 이사가 2개월 내에 이사직 수락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재적이사의 수에서 제외한다)에 위배된다며 국기원 오현득 연수원장의 이사 선임 무효와 직무정지가처분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내부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러다가 현 집행부의 임기는 소송으로 시작해 소송으로 끝날 전망이다.

WTF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전자호구 제작업체인 라저스트가 2012년 5월까지 WTF가 주최하는 모든 대회에 자사 전자호구를 사용하기로 한 계약을 WTF가 무시하고 지난달 3일 바쿠에서의 런던 올림픽 세계선발전에 타사 전자호구를 사용하기로 결정하자 법원에 타사 전자호구 사용정지 가처분신청을 내 승소했다. 결국 WTF는 대회를 사흘 앞두고 일반호구로 변경하는 굴욕을 당했다.

뿐만 아니라 라저스트는 계약위반과 명예훼손, 손해배상 등의 이유로 WTF와 관계자들을 민, 형사 고발을 해놓은 상태다. 빠르면 이달 초 조정원 총재와 양진석 사무총장이 검찰에 출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WTF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 35억 원과 국기원이 WTF에 지원하는 5억 원에 대한 라저스트의 가압류 신청도 법원이 받아들여 WTF는 총 40억 원을 가압류 결정이 취소되기 전까지 사용할 수 없는 형편에 놓이게 됐다.

각 시도협회에서도 크고 작은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북협회는 집행부와 갈등을 겪고 있던 일부 태권도인들이 협회 운영과 관련해 검찰에 진정서를 내 최춘달 전무이사가 조사를 받던 중 목숨을 끊는 사태가 발생했다. 경북협회는 이 사고로 집행부 총사퇴가 논의되고 이와는 별도로 일부 임원들의 수회협의로 조사를 받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서울시협회와 경기도협회는 회장, 부회장들의 업무상 횡령혐의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충남협회는 아직도 사고단체로 묶여 협회로서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랫동안 송사에 휘말렸던 부산협회는 최근 무혐의 판정을 받아 한숨을 돌리게 됐다.

태권도계의 송사를 들여다보면 감정적인 대립이나 운영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로 비방하다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공금횡령 등 부정비리로 인한 소송도 적지 않다. 태권도계 한 인사는 “태권도인들 간의 진흙탕 싸움이 태권도계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확산되어 태권도계를 마치 비리의 온상으로 보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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