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경기 일정을 대충 훑어도 (KTA)회장기, 연세대총장기, 문체부장관기, 국방부장관기… 이중 회장기(7월 30일~8월 5일), 연세대총장기(8월 6~7일), 문체부장관기(8월 8~20일)가 한꺼번에 몰려 있습니다. 중고등 학생의 부모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이건 옛 로마시대 검투사들도 아니고… 대회가 별로 없는 7월로 회장기대회를 앞당겨 학생들이 쉴 수 있게 조절했으면 합니다. 국방부장관기(11월)도 9월로 앞당기고.”

본지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태권도선수는 옛로마투사가 아닌데...”라는 제목으로 올린 독자의 글이다.

제21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전국남녀중고등학교태권도대회 남고부 경기 장면

KTA가 주관하거나 승인한 이들 전국대회를 앞뒤로 두고 연간 출전 3회 제한에 해당되지 않는 각 시도협회 주관 대회까지 고려하면 혹서기 중ㆍ고등학교 선수들의 대회 참가 일정은 지나친 감이 있다.

물론 대회에 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 의견도 다르다. 일부 학부모들의 너무 몰려 있다는 의견과는 달리 일선 코치들은 현재의 대회 숫자가 적정하다거나 오히려 더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도 보인다.

지방의 한 코치는 “연간 전국규모 대회 3회 출전 제한 때문에 선별적으로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선수는 학교에 남는다. 오히려 선수들의 경기력 발전이나 견문을 넓히기 위해 국제대회 참관이나 대회 출전은 더욱 장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메달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현실적 이유도 한몫하고 있다.

협회 측 입장은 또 다르다. KTA 김무천 운영부장은 “대회 숫자를 줄여야 하는데 진퇴양난이다. 학생들의 수업권과 수업일수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전국대회 출전 3회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방학기간 특히 대회가 많이 몰려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방학 때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대회 수를 축소조정하는 것이다. 공감은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대회 참가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 역시 적지 않다”고 밝혔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한 선수는 “선별적으로 대회에 출전한다고 하더라도 대회가 너무 많다. 그나마 나는 운이 좋아 방학 기간에 며칠 휴가를 받았지만 3회 제한에 걸리지 않는 대회와 지역에서 치러지는 대회에는 대부분 출전해야 했다. 힘들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대부분 대회에 선수 자비로 출전해야 하는 학교의 경우 부모들의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 매달 나가는 일명 ‘자모회’ 비용과 대회 출전 시 부담금까지 고려하면 가계가 휘청거릴 정도.

연간 치러지는 고등부 출전 전국대회 경기일수는 약 150여일에 이른다. 여기에 시도대회까지 합치면 200여일. 선수를 뽑지도 않는 대학의 총장기대회 역시 존치의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양택진 기자>
 

양택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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