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은 출전한 4체급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다. 평소 태권도에 관심조차 없던 언론들마저 역시 태권도가 한국의 효자종목이라며 치켜세웠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금메달 3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금메달 2개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기쁨도 두 배였다.
 
각 국에서 ‘타도 한국’을 외치며 도전장을 내밀어왔지만 아직까지는 그래도 ‘우리가 한수 위’라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2012년 런던 올림픽 전망도 밝았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선수들이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었기에 런던 올림픽에 대한 기대도 컸다.
  
내년 런던 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은 1년 2개월.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베이징 올림픽 때처럼 4개의 금메달을 따낼 수 있고 참담한 결과를 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 중 유일하게 차동민(+80kg)만이 런던 올림픽 세계예선에 출전한다. 다른 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그리 높지 않다. 내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따낼 수 있다고 믿는 태권도인은 거의 없다.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근거는 최근 열린 국제대회에서 한국팀이 받아든 성적이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우승을 놓친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아시안게임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둔 것은 아시아지역 안에서도 한국이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우선 외국선수들의 기량과 체력, 경기운영능력이 이미 한국선수들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게다가 코트에 들어서는 순간 상대를 제압할 만한 위엄도 사라졌다. 터키의 타제굴(-68kg) 같이 끊임없이 공격해오는 선수들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전략·전술이 필요한데 그런 지혜를 발휘할 지도자들도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시드니에서 시작해 베이징까지 세 차례 올림픽을 치르는 동안 한국은 외국 선수들의 기량을 분석해 우승 가능한 체급을 골라서 출전해왔지만 늘 힘든 경기를 펼쳐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남자 +80kg급 말리의 케이타, 여자 -67kg급 영국의 사라스티븐슨 같은 기량이 뛰어난 외국 선수들이 태산처럼 버티고 있어 피할 체급도 고를 체급도 없게 됐다.

이대훈(-58kg)도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기량이 많이 노출된 상태. 아무리 돌아봐도 한국선수들에게 유리한 점을 찾기 어렵다. 외국 선수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 분석과 맞춤형 훈련, 3회전 내내 끊임없이 공격할 수 있는 체력 강화 등 이젠 다른 종목들과 다름없는 지옥훈련만이 한국 태권도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창완 기자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