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태권도협회(KTA) 홍준표 회장체제 출범 3년차. 곳곳에서 지도력의 누수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지난달 경주 세계선수권대회의 성적 부진 이후 사실상 홍 회장 체제의 레임덕은 시작됐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겠다던 양진방 사무총장을 비롯한 핵심 임원들의 사표가 반려되면서 그런 현상은 더욱 빨라질 조짐이다.

홍 회장은 2008년 취임 당시 KTA 새 살림을 맡을 사무총장 선임을 미루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성적에 따라 적임자를 찾겠다고 밝혔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팀이 출전한 4개체급 금메달을 모두 따내자 시한부 총장이던 양 총장을 그대로 유임시켰다.

하지만 홍 회장은 최근 국제대회에서의 망신에도 불구하고 사무총장을 비롯한 핵심 임원들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강을 건너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장수를 바꿀 수 없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을 뿐 어떠한 조건도 달지 않았다. 이에 대해 태권도계에서는 런던 올림픽 세계예선 성적에 관계없이 홍 회장이 임기동안 현 임원들과 함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KTA의 변화를 기대했던 태권도계 일각에서는 홍 회장에 대한 실망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평소 홍 회장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숨겨왔던 KTA 일부 이사들과 시도협회도 홍 회장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홍 회장이 국제대회 성적 부진을 이유로 부회장들에게도 사표를 내라고한 지시에 대한 반응들. 한 지역 대의원은 “부회장들이 사표를 내라면 내야 하는 꼭두각시냐”고 정면으로 반박했고 한 부회장은 “회장은 사표를 내지 않고 부회장들에게 사표를 내라는데, 낼만한 타당성이 있어야 낼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홍 회장 취임 초기에는 상상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회장은 사표 요구도 은근슬쩍 접어버렸지만 이같은 반발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었다.

이처럼 이사나 대의원들이 회장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하는 것은 홍 회장 체제에서 처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회장 임기 1년여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리더십 부재가 노출되면 똑같은 사례가 반복되어 왔다. 구천서 전 회장은 임기 말에 회장 선거 당시 금품수수 사건이 터졌고, 김정길 전 회장은 자신이 선임한 전무이사를 승부조작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검찰에 진정했다가 무혐의로 판명되면서 장악력이 급속히 떨어져 결국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퇴했다. 레임덕을 막아 보려고 이런저런 카드를 내밀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것이다.

홍 회장 임기는 1년 6개월 남았다. 또 전 집행부와 유사한 패턴으로 흐르고 있다. 홍 회장에게도 심각한 고민과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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