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진(왼쪽)과 이병곤이 경기 시작전 경기정도 다운로딩 과정을 거치고 있다.

지난 13일 경남 고성에서 벌어진 2011년 국가대표선수선발 최종평가전 남자 -54kg급에서는 점수가 표출되지 않아 이겨야 할 선수가 결국 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라저스트 전자호구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KTA)는 2007년부터 2년 동안 전국체전 등 국내 각종 대회에서 라저스트 전자호구를 사용해 대회를 치렀다. 그러나 라저스트 전자호구가 기대와는 달리 득점의 일관성이 없고, 발을 차지 않고 센서에 발을 비비기만해도 점수가 나오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해 지도자와 선수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이 같은 문제로 KTA는 WTF의 공인 신청 중에 있는 KP&P사가 개발한 전자호구로 바꾸어 국내 대회에 사용해왔다. 이후 KTA는 라저스트 전자호구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는 5월 1일부터 경주에서 열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라저스트 전자호구를 사용해야 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F)이 KTA에 국가대표선수선발 최종평가전에서 라저스트 전자호구를 사용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요청을 함으로써 이번 평가전은 라저스트 전자호구를 착용해 치르게 된 것이다.

그라나 평가전에서 점수 표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세계선수권대회 5회 우승을 노리던 선수의 꿈이 좌절되고 말았다. KTA로서도 난감한 상황. 경기가 끝난 후 다른 경기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서 전 경기의 기록데이터를 점검한 결과 실시된 총 46경기 가운데 19경기에서 점수 표출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그렇다면 이번 선발전은 그야말로 엉터리라고 주장해도 반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제 때에 점수가 표출되었더라면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선수가 뒤바뀌는 경우도 전혀 없다고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심각하지만 WTF는 라저스트사와 계약에 발목이 잡혀 각종 국제대회는 물론 오는 5월1일부터 벌어지는 경주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라저스트 전자호구 사용을 고집하고 있다.

라저스트사 김종대 대표는 “점수 표출이 안 되는 문제는 이번에 처음 발견됐다. 단순한 오류로 생각하고 있다. 프로그램에서의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다른 안전장치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내 태권도계 관계자들의 라저스트 전자호구에 대한 반응은 싸늘하다. 점수 표출이 안 되는 문제점이 이전에도 있었지만 모르고 지나쳤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찌 되었건 전자호구에 중대한 문제가 노출되었다. 그렇다면 태권도인들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보완이 필요하다. 하지만 라저스트사가 이러한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태권도인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문제점이 완벽하게 개선되지 않아서 최소 1백여 개국 선수들이 출전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경우, 각국 지도자들이 항의가 이어질 것이며 결국 대회를 원만히 치러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태권도의 올림픽 경기에도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WTF 양진석 사무총장은 “KTA에서 평가서가 도착한 다음 업체와 논의해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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