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 태권도 선수들이 17일 간이나 총장실을 점거한 채 ‘학과를 폐지하지 말 것’, 그리고 ‘태권도 선수단에 대한 지원을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며 농성.

그러나 오랜 기간 굳센 투쟁의 의지를 보였던 선수들은 지난 1일 맥없이 농성을 풀고 오히려 반성문을 써 내느라 고심 중이다. 농성에 대한 징계를 받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학교 측이 내민 합의서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합의서에는 ▲학교에서는 학과 폐지 방침은 물런 논의 자체가 없었다 ▲태권도 선수단에 대한 지원은 타 운동종목과 비교해 형평에 어긋나지 않게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 ▲농성 학생들에 대해서는 반성문을 받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 이외에 징계하지 않겠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폐과 방침은 아예 없었다고? 반성문을 쓰다니? 공연히 헛심만 쓰고 체면만 구긴 꼴이다. 도대체 학생들이 어떤 연유로 농성을 결의하고 실행했던 걸까? 이에 대한 의견도 분분. 가장 먼저 제기된 의혹은 둘로 나뉜 상지대 이사진 중 구 (舊)재단 측이 학생들을 사주해 학교를 흔들려고 했다는 것.

그러나 구 재단 측이 직접 개입했다는 주장도 사실상 확인이 불가능하다. 다만 농성에 참여했던 한 학생에 의하면 구 재단 측을 추종하는 몇몇 교수가 모 학생에게 ‘폐과 방침’을 귀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들이 학생들에게 농성으로 폐과를 막고 처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까지 제공했다고 설도 나돈다. 이들 교수들의 부추김을 구 재단의 사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편 실제 ‘폐과 방침’이나 ‘태권도 선수단 해체의 논의’가 있었고, 이 정보가 흘러나온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하지만 실제 ‘폐과 논의’가 있었다고 보기 힘든 정황적 근거가 확인됐다. 학교의 예산 지원이 거의 없는데 굳이 폐과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점, 오히려 한 태권도학과 교수의 정원 확충 제안서가 있었다는 점. 이로 미루어 학과 폐지 계획은 짐작하기 어렵다.

태권도 선수단을 잘 아는 이들이라면 이 과정에서 감독은 뭘 하고 있었냐는 의문이 가장 먼저 생길 법. 한 태권도학과 교수에 의하면 농성 당시 감독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선수들을 만류하지도 지원하지도 않았다고.

태권도 선수단 감독이라면 선수 개개인의 움직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이 정상. 항상 같이 훈련하는 제자들의 농성 움직임은 미리 파악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한 태권도인은 “감독이라면 소문에 대해 진상을 파악하고 농성을 함께 하든가, 아니면 막았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시.

어쨌든 강원도를 떠들썩하게 했던 상지대 태권도 선수단 농성은 이렇게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자신들의 권익을 위하거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옳지 않은 세력 다툼에 이용당했다는 사실은 선수들에게 큰 상처가 됐을 것.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ap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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