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이 조직개편을 포함한 정관개정을 서면결의로 통과시킨 것에 대한 태권도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 1월 17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정작 정관개정을 위한 정족수 충족 여부도 인식하지 못하더니 이번에는 중요한 이사회 안건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는 비판이다.  

이번 서면결의의 법적 근거는 있다. 국기원 정관은 제21조(서면결의)에 ‘이사장은 이사회에 부의할 사항 중 경미한 사항, 또는 긴급을 요하는 사항으로서 이사회를 소집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서면으로 의결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이사장은 그 결과를 차기 이사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라고 서면결의를 인정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 조항(경미한 사항, 긴급한 사항)은 법리적 해석이 상당히 유동적이기 때문에 이번 서면결의를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 그러나 조직개편안이 경미한 사항도 아니고 서면으로 처리할 만큼 긴급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여론이다.

이번 서면결의를 두고 한 태권도인은 “국기원의 조직개편은 국기원 구조를 바꾸는 중요한 일인데 이를 경미한 일로 보고 서면결의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이번 안건을 서면으로 처리하면 어떤 결정을 서면으로 못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사회 석상의 정식 결의와 서면결의는 엄연히 다르다. 공식적 회의석상에서는 이사들이 한데 모여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논의한 후에는 판단이 바뀔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법인에서 정관개정은 서면으로 결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거 재단법인 국기원도 이사회의 결의는 서면으로 대신할 수 없다(20조 서면결의 금지 조항)고 정관에 명시했다.  

한 태권도인은 “국기원 정관에 이사회 결의를 일부 서면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더라도 정관 개정만큼은 서면결의 할 수 없다는 문구를 포함시켰어야 했다”고 조항 자체가 잘못된 것임을 지적했다.

현재 국기원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이미지가 크게 실추돼 있다. 모 방송사에서는 국기원에 정부가 개입하며 생긴 문제들을 방영하기도 했다. 깔끔한 행정 처리로 이미지를 개선해도 모자랄 판에 조직개편이 포함된 정관 개정을 서면으로 통과시키는 것은 누가 봐도 잘못된 선택이다.

이번 정관개정안은 서면을 통해 18명의 이사의 찬성으로 통과됐고, 지난 1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까지 받아 등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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