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주최하는 대회를 유치하려면 기부금을 내놓아야 한다. 오픈대회 등을 승인받으려면 승인비도 지불해야 한다.

WTF 측은 태권도 대회의 유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으며, 대회 권위도 높여야 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10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총회에서 대회 관리규정을 이렇게 변경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작 이를 받아들이는 회원국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회 개최에 지원은 못해줄망정 부담만 더 키우니 앞으로 국제대회를 유치하려는 국가나 도시도 찾기 어렵고, 승인 대회도 줄어들어 태권도 국제경기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WTF가 개정한 대회 관리규정에 따르면 주최대회 중 세계선수권대회?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올림픽 세계예선대회?유스올림픽 세계예선대회는 최소 10만 달러 이상, 세계품새선수권대회?월드컵선수권대회?올림픽 대륙별 예선대회는 최소 5만 달러 이상, 월드투어?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는 3만 달러 이상 WTF에 기부해야 유치신청이 가능하다. 규정한 최소 금액 이상으로 서면 기부 신청을 하고 개최국으로 선정되면 신청한 금액을 내는 것이다.

각국 오픈대회 및 WTF 승인대회는 등급에 따른 승인비를 지불해야 한다. G-1은 1만 달러, G-2는 1만5천 달러, G-3는 2만 달러로 규정했다. 따라서 국내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코리아오픈대회(G-2)와 춘천오픈대회(G-1)도 올해부터는 승인비를 내야한다.

이렇게 WTF가 기부금과 승인비로 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은 최소 연간 90만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는 WTF가 메인 스폰서였던 삼성전자로부터 연간 100만 달러씩 지원받다가 2008년 계약 만료 후 재계약이 결렬되면서 안게 된 재정적 부담을 해결하고, 지속적인 수입원을 만들어내기 위한 방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WTF의 메인 스폰서는 2009년부터 4년간 계약을 맺은 호주의 맥쿼리(Macquarie)사로 삼성의 절반 수준인 연간 50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한 국가협회 관계자는 “기부금을 강제 조항으로 변경하고 승인비를 받기로 한 규정은 태권도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세계연맹은 지금 스폰서를 통해 얻어야 될 부분을 회원국에서 거두려고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춘천오픈대회조직위는 승인비와 임원 및 심판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아예 WTF의 승인을 받지 않고 대회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갑자기 변경된 승인비에 대한 부담에다 WTF가 파견하는 임원 및 심판진 숙식 제공 부담도 대회 전 3일부터 대회 끝난 후 이틀까지로 확대되어 대회 개최에 따른 부담이 너무 커졌다”며 “춘천오픈대회는 WTF의 승인 없이 수련생들의 잔치로 치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병주 기자
• sign23@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