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학교 체벌 때문이다”. 학교 측- “체벌과 관련 없다. 가정폭력 탓이다.”

지난해 11월 15일 경기도 B 중학교에서 A모 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린 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자살의 배경을 두고 유족들과 학교 측의 상반된 주장을 펴면서 결국 이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다.

A군은 2009년 B 중학교에 태권도 선수로 입학했으나 그 해 가을 태권도를 그만두고 싶다며 대전의 C 중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러나 A군은 지난해 대전에서 다시 B 중학교로 전학 왔다. 대전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했기 때문이다. A군이 다시 B 중학교로 오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유족들과 학교 측의 주장이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다.

시비의 발단은 A군이 죽기 전날 태권도부 훈련장에서 받았다는 체벌이다. 유족들은 학교에서의 체벌이 A군 자살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가정환경 때문에 A군이 평소에도 힘들어 했고, 태권도부 체벌은 죽음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유족들의 주장과는 달리 학교 측은 A군이 정식 태권도부 부원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B 중학교와 이 학교 태권도부의 D 코치는 “이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다시 전학 온 학생은 운동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D 코치는 “A군의 경우에는 친모와 친모의 동거남이 아이가 방황하고 있으니 지도해 달라고 간청했고, 때려서라도 아이를 바로잡아 달라고 부탁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A군은 정식 태권도부 부원이 되지 못한 채 견학하듯 태권도부에 있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D 코치의 체벌은 A군이 숨지기 전 날인 11월 14일에 일어났다. D 코치는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그동안 A군의 잘못된 학교생활에 대한 징벌로 엉덩이를 8대 때렸다. 그리고 “앞으로 2주간 학교생활 태도를 보고 모범적이라고 판단되면 학교 측에 정식으로 태권도부 입단을 건의해 보겠다”고 A군에게 자신이 직접 말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태권도부 학생들이 경찰서에 제출한 진정서 내용과도 일치한다.

D 코치는 “어쨌든 체벌은 잘못된 것이니 그에 대한 책임을 느껴 학교에 사직했다”면서 “부모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고 한때 제자였던 A군이 많이 변한 모습을 보고 바로잡기 위해 매를 들었을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아이에게 문제가 있으면 가볍게 혼내주라고 부탁했을 뿐인데 아이를 하루 종일 구타했고, 이로 인해 죽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학교 측에서는 오히려 “가정폭력이 A군에게 더 큰 스트레스였다”고 주장했다. 학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은 “A군의 친한 친구가 대전에서 A군과 어울렸던 학생들과의 통화 내용을 녹취해서 학교에 전달했다”며 “그 내용은 대부분 A군 어머니의 동거남의 폭력에 힘들어 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은 통화 내용을 경찰에 참고자료로 제출한 상태다.  
학교 측은 또 유족들이 보상금 조로 3천만 원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했다. 학교장을 비롯한 몇몇 교사들은 “유족들이 학교에 찾아와 ‘천안함 사건에 준하는 보상을 해 달라’고 말했었다”며 처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종적으로 3천만 원의 보상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시비는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경찰에서 전달받은 서류와 정황자료로 B 중학교 D 코치의 체벌이 A군의 죽음을 부른 것인지, 그 관련성 판단에 나선 상황이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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