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종주국 한국이 세계랭킹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 국제대회에 국가대표 1~3진이 나뉘어 참가해 개별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 횟수가 적은 데다가 근본적으로 경기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이 랭킹제를 도입해 처음 발표했던 2009년 7월 총 6체급에서 랭킹 1위에 올랐던 한국은 이후 빠른 하락세를 보여 왔다. 올해 처음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마침내 한국은 남녀 각 8개 체급 중 황경선(고양시청)만 유일하게 1위를 지켰다.

한국 선수들이 세계랭킹에서 밀려나는 첫 번째 이유는 선수 개개인의 국제대회 출전 횟수가 적기 때문이다. 우수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종전 한국의 대표선발 방식에 따르자면 메이저급 국제대회에는 한 해 한 번밖에 출전할 수 없었다. 한 차례의 국가대표 선발전으로 각 국제대회에 출전할 선수를 한꺼번에 결정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상비군제도와 각 국제대회마다 출전선수 선발전을 열겠다는 대한태권도협회(KTA)의 달라진 국가대표 관리정책에 따라 아마도 세계랭킹이 지금처럼 곤두박질치는 일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획득 점수 중 50%, 2010년 획득 점수 중 25%를 차감하는 WTF 랭킹 규칙도 한국 선수들의 랭킹 하락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국가별로 치러지는 오픈대회에는 비교적 낮은 랭킹 점수가 부여되어 있지만 오픈대회 출전 횟수나 성적도 세계랭킹에는 영향을 미친다. 외국선수들이 가급적 많은 오픈대회에 참가하여 랭킹 포인트를 쌓는 데 비해 한국 선수들은 한국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대회에도 드문드문 출전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는 국내에서 치러지는 대회가 많은 탓도 있었다.

국내에 선수층이 두꺼운 것도 랭킹제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경기력이 높은 한국 선수들로서는 매번 새로운 선수가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일이 빈번해 그만큼 랭킹 순위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한국 선수들은 랭킹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와 런던 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한국 선수들은 그만큼 시드배정에서 불리를 안게 된다. 시드배정 과정에서 뜻밖에 까다로운 적수를 만나 낭패를 볼 수도 있다.

WTF 랭킹 시행규칙에 따르면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세계예선전에는 참가선수의 25%가 시드를 배정받도록 되어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한국 선수들은 두 대회에서 상위에 랭크된 강자들과 초반에 만나게 되어 우승 목표가 그만큼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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