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87kg급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란의 카라미 요셉.

세계태권도연맹(WTF)은 태권도를 재미있는 경기로 유도하기 위해 고난도 공격에 가점을 주는 경기규칙을 적용하고 있으며, 심판 판정에 대한 시비를 줄이기 위해 전자호구를 도입했다.

이란 대표선수들은 고난도 공격 등에서는 아직 한국 선수들에 못 미친다는 견해도 있다.  뒤차기, 뒤후려차기, 얼굴 내려차기 등의 기술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아직 최고의 수준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판의 판정 권한이 적은 전자호구가 적용되는 대회에서는 강력한 파워와 체력, 정확한 타격에 능한 이란이 단연 두각을 나타낸다. 종합경기로는 처음 전자호구를 사용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란 선수들은 한국을 압도했다.
 
- 종주국보다 활성화된 실업 선수단

이란이 태권도 강국이 될 수 있는 이유 중 한 가지가 바로 실업 리그전의 활성화다. 이란은 종주국 한국보다 더 많은 실업팀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매주 팀별 리그전을 펼친다. 이 리그전 성적으로 대표선발 최종전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며, 무엇보다 리그전에서 한 번 승리할 때마다 주어지는 점수가 누적돼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팀에서 받는 급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실업선수들은 모든 정신을 리그전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리그전은 1995년도부터 시작돼 벌써 15년째 지속되고 있으며, 실업팀도 40개가 넘는다. 또 메이저급 실업팀은 B팀까지 운영하고 있을 만큼 태권도에 기울이는 노력이 크다. 실업팀 활동은 우수한 선수들을 양성하는 밑거름이 되고 태권도를 전반적으로 활성화시키는 밑바탕이 되는 것이다.

-대표 선수단의 과학적 훈련

우수 선수들로 선발된 이란 국가대표팀은 과학적인 훈련으로 국제대회에 대비한다. 이란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단에는 태권도 전담 의료팀, 스트레칭팀도 가세하고 전술과 기술에 대한 개발과 연구만 전담하는 팀이 따로 구성돼 있다. 전 종목이 한 장소에서 체력을 측정하는 한국 태릉선수촌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또 한 주일에 두 번씩 세부적인 체력 측정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는 식의 과학적인 운동을 실시한다. 신체별 근력 및 지구력은 물론 일정 시간 동안 몇 번의 발차기를 실시할 수 있는지까지도 측정한다.

여기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전담 코치다. 이번 아시안게임 코칭스태프는 최소 4년째 대표단 선수들을 관리해온 지도자들이고, 10년 이상 대표단에서 함께 호흡하는 코치도 있다. 대표 선수단이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어떻게 훈련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지도자가 있다는 말이다. 한국에서 지도력과 상관없이 돌아가며 지도자가 되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대표 선수단의 국제무대 경험

이란은 한국보다 국민소득이 낮은 국가지만 태권도에 대한 열의는 대단히 강하다. 일단 국가대표선수단이 구성되면 국가협회는 자체 예산이나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으로 대표선수들이 최대한 많은 국제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든다. 출전하기에 적당한 대회가 있으면 출전시키고, 없으면 태권도 강국으로 전지훈련을 보낸다.

반면 이번 아시안게임에 앞서 한국 대표팀은 5개월 간 태릉에서 합숙하며 단 한 번의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대표팀이 필리핀으로 열흘 동안 전지훈련을 떠났던 당시 한 해외 지도자는 "한국이 왜 필리핀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느냐? 놀러 가느냐?"며 의아해 했다. 국제경기 경험이 부족해도 실력이 뛰어나면 대표로 선발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선수들이 훈련 기간 중 국제경기 경험을 쌓는다면 더 좋은 경기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전략이 노출되거나 부상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태릉에만 머문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지도하고 훈련시키는 것이 바로 국가협회가 해야 할 일이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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