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2월 개최할 것으로 예고됐던 초등 꿈나무들의 태권도대회는 사실상 무산됐다.

대한태권도협회(KTA)는 태권도의 뿌리인 초등학교 선수들을 위해 지난 3월 임시로 초등사업관리위원회를 구성했고, 초등사업관리위가 주체가 되어 지난 6월 2010년 전국어린이꿈나무태권도대회를 개최했었다.

그러나 초등학교태권도연맹 정식 출범을 앞두고 초등사업관리위원회가 12월 중 올해 두 번째로 개최할 예정이던 대회는 지자체들과의 유치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해 결국 치를 수 없게 됐다.

KTA 양진방 사무총장은 "12월에 다른 대회가 많고 초등대회를 치르겠다고 나서는 지역은 없기 때문에 올해 초등대회를 여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 희망 지자체가 없어 대회 개최에 차질을 빚은 것은 지난 대회도 마찬가지였다. KTA는 지난 5월 첫 대회를 계획하고서도 대회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이 없어 6월로 연기했었다. 당시 KTA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에서 선뜻 유치 결정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의 대회 유치는 KTA의 대회 개최 결정에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대회 예산의 상당액을 지자체가 부담하기 때문이다. 지자체 역시 대회를 유치함으로써 대회 기간 동안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숙박, 요식업 등의 지역 경제에 상당한 효과가 있고 지역 관광명소나 특산물 등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보통 KTA가 치르는 전국규모 대회는 한 주일 정도 치러지는 것을 기준으로 해서 지자체가 평균 1억5천만 원 내외의 예산을 부담한다. 이 예산은 당연히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경비로 사용된다.

전문가들은 초등 대회의 경우 하루 2천만 원 정도의 경비가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한다. 초등사업관리위원회 구성 후 처음 열렸던 지난 꿈나무대회가 3일간 치러진 것을 감안하면 6천만 원 정도의 예산으로 대회를 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린 선수들이 평소 수련으로 닦은 기량을 펼쳐 보일 자리를 마련해 태권도를 활성화시키겠다는 KTA가 이런 정도의 예산도 투자할 수 없다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와 관련 한 초등학교 지도자는 "4년간 초등연맹의 공백으로 소속도 없고 이렇다 할 대회도 없이 지내오면서 선수도 줄어들었고 지금은 팀 운영도 쉽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디. 그는 "말로만 태권도 뿌리인 꿈나무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떠들지 말고 진심으로 초등선수 육성을 꾀한다면 자체 예산을 사용해서라도 초등선수들의 활동무대를 열어주어야 한다"며 지자체의 주머니에만 의존하려는 KTA의 자세를 비판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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