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섭과의 결승전 중 회전 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무엘의 얼굴이 땀에 젖어있다.

결승 상대 사무엘 하퍼 모리슨(20, 필리핀)은 국제대회 경험 부족으로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었다. 경기를 지켜보는 한국 팬들은 송명섭의 우승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어쩌면 송명섭도 경기를 가볍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태권도를 시작한 지 올해로 6년째인 사무엘. 그에게 송명섭은 함께 경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찰 만큼 존경스러운 선수였다. 2회전까지 9대 5로 뒤지던 사무엘은 경기 승패보다는 이 순간을 최대한 만끽하자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고 뜻밖에 멋진 역전극을 펼쳐보였다.

“송명섭은 저의 우상이었습니다. 함께 겨룰 것을 생각하니 겁도 나고 많이 긴장됐습니다. 그를 이겼다는 사실은 저에게 말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이번 우승으로 사무엘은 아시안게임 출전 가능성이 다분해졌다.  

필리핀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홍식(38) 감독은 “아시안게임에는 국가별로 6체급만 출전할 수 있는데, 사무엘의 이번 대회 우승은 체급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사무엘이 아시안게임에 성큼 다가섰다고 말했다.

중학시절 체조를 배웠던 사무엘은 TV에서 태권도를 비롯한 무술영화들을 보면서 자신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처음 태권도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미군이었던 흑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무엘 토마스 하퍼 바리아스 모리슨. 아버지가 미국으로 떠나고 어머니와 여유롭지 못한 삶을 살았고 친구들과 다른 피부색으로 상처도 받았다. 어쩌면 강인함이 필요해서 태권도장을 찾았을 거란 생각도 든다.

사무엘은 최고의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 흑인 특유의 탄력, 스피드, 유연성이 겨루기 선수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무도에 가능성과 잠재력이 큰 선수다. 김 감독은 그를 “경기를 거듭하면 할수록 강해지는 선수”라고 표현했다. 20살 나이에 송명섭이라는 거물을 꺾은 풋내기 선수 사무엘. 코리아오픈 우승이라는 화려한 신고식으로 세계무대에 뛰어 들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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