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 평촌의 태비태권도장. 파란 도복을 입은 지도자들이 수련생들을 급수별로 분리하여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평범한 아파트 상가에 보습학원들과 함께 2층에 위치한 이 도장은 지도자의 파란 도복 말고 얼핏 봐도 몇 가지 특이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먼저 수련장 바닥이 고무가 아닌 마룻바닥으로 돼 있었고, 은은한 간접 조명이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대들보를 연상시키는 천정 인테리어도 타 태권도장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런 아늑한 분위기의 인테리어 외에도 빔 프로젝터를 비롯해 체육관 내의 운동기구와 세면대 등 수련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상담실과 일찍 온 수련생들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은 수련장과는 분리된 곳에 따로 마련돼 있었다. 일단 겉모습만 봐도 수련생과 학부모를 배려하는 관장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25년 전 서울 방배동에서 처음 도장운영을 시작한 김연태(48) 관장은 태권도장 운영에 있어서 시설은 아주 기본적인 조건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재미있고 즐거운 태권도 수련’이 우리 도장의 슬로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시설은 기본이고, 조명이나 프로젝터를 통해서 좀 더 효율적이고 즐거운 수업을 할 수 있지요.” 
 

김연태관장과 태비태권도장 지도사범들

누구나 원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체육관 확장이다. 사범 관리도 까다롭고 규모가 커진 몇 개의 도장을 잘 운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 관장은 13명의 각 도장 지도사범들을 모두 모아 한 달에 1~2회씩 전체 교육을 실시한다. 의견을 수렴하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을 지도해 주기도 하는 이 정기행사 덕분에 세 개의 도장이 같은 교육 방침으로 무리 없이 운영된다. 물론 세 개 도장을 직접 오가며 꼼꼼하게 관리하는 김 관장의 부지런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 관장이 도장 운영에서 또 한 가지 중시하는 것이 바로 교습법. 이 도장에서는 운동기능이나 적응력이 다소 부족한 수련생들을 따로 분리해 지도한다.

“지금은 미취학 아동들도 태권도장을 찾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들도 그런 경우가 있지만 같은 나이에 같은 기간 수련했어도 습득이 더딘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획일적인 교육을 한다면 당연히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수련생들에게 맞는 쉽고 재미있는 태권도를 따로 가르칩니다.”

김 관장은 ‘누가 어떤 시설에서 어떤 방법으로 가르치느냐’가 태권도장의 차이를 만들어 준다고 강조한다. 이 추상적인 말 속에는 지도자의 신념과 노력이 꼭 필요하다는 뜻이 들어 있다. 이제 막 도장을 시작하는 관장들에게 김 관장은 “태권도 지도자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또 직업의식을 가져야 한다. 단순한 학원이 아닌 체육교육사업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노력하고 수익을 재투자한다면 도장은 발전할 것”이라는 조언을 했다. 
 
세 개의 도장을 잘 운영하며 800여 명의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 관장. 주변에서 보면 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아직 그의 목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태권도장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향상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태권도장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도장이 아닌 태권도장 전체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병주 기자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