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학교가 바라는 학생선수의 표본이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아예 그런 희망을 접은 듯 보이는 경우도 많다.

서울 강남 서초동에 자리한 영동중학교는 그런 목표에 도전하고 있다. 정한교 교장의 지도방침에 따라 태권도부에 내건 교육목표는 사회성을 가진 인성의 함양과 도전 의식의 고취. 운동 소질도 키워 주고 공부도 잘해 학급이나 학교생활에도 충실한 학생선수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정규수업은 물론이고 교과가 부진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루 1시간씩 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또 대회 출전으로 인해 빠지게 되는 수업도 보충수업이나 과제물로 꼭 보충해 학습에 뒤처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김대희 코치가 강다혜선수 발차기를 지도하는 모습.

지난 14일 영동중 태권도 훈련장. 20여 명의 어린 선수들이 조를 이뤄 미트를 넘겨받으며 여러 가지 발동작으로 발차기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훈련장이라야 4층 교실 하나. 거기에 매트를 깔고 체육관으로 쓰면서도 선수들은 불평 없이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대부분의 초등학교에도 있기 마련인 체육관이 따로 없는 탓이다. 여느 학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색다른 광경. 현재 부원은 25명.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방과 후 훈련에 구슬땀을 흘린다.

2008년부터 태권도부를 맡고 있는 김성주 감독은 "재능 있는 선수들의 소질을 개발하고 꿈을 키워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어린 선수들이 저마다의 목표를 세우고 실천함으로써 스스로 미래의 꿈을 설계할 수 있도록 이끌지요."라고 말한다. 태권도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북돋워 주기 위해 선수 능력에 맞는 계획을 세워 실천토록 하고, 기록표를 만들어 강도를 조절하며 운동량도 체크한다.

장일준 체육부장(왼쪽)과 김성주 감독

영동중 태권도부가 생긴 것은 지난 2000년. 태권도의 노상석 원로가 교장으로 부임하며 창단했다. 강철우(현 창동고 감독) 감독이 2007년까지 지도하다 지금은 장일준 체육부장을 비롯해 김성주 감독과 김대희 코치가 맡아 지도하고 있다.

창단 10년째. 역사는 짧지만 자랑거리는 많다. 무엇보다 실력이 전국 최강. 지난 10년 동안 이뤄낸 성적이 놀랄만하다. 소년체전 서울시 대표로 금메달 6개와 은메달 5개를 획득했다.

지난해에는 소년체전 은메달을 포함해 전국중고연맹대회, 3·15대회, 국방부장관기대회, 서울시종별대회, 교육감기대회 등 크고 작은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일궈냈다. 올해엔 지난 9일 끝난 중학교 종별선수권대회에서는 금메달 3, 은메달1, 동메달 1개를 따냈다. 특히 종별대회 여자 핀급에서 우승, 최우수상을 받은 3학년 강다혜는 "늦게 시작한 운동이지만 태권도부 활동을 통해 실력은 물론 화합과 배려의 소중함도 배워요."라며 활짝 웃었다. 남자 라이트웰터급 이다힌(3년)과 웰터급 차경록(2년)은 나란히 금메달을 차지했고, 여자 웰터급 이세라(3년)는 은메달, 남자 플라이급 김민혁(2년) 동메달을 목에 걸어 학교의 명예를 드높였다. 소년체전 서울시대표 선발전에도 10명 이상의 선수가 출전권을 얻어냈다.

정한교 교장

정한교 교장은 “작년 9월 부임한 이후 우리 태권도부에는 한 번의 말썽도 없었다. 매년 좋은 성적을 내다보니 멀리서도 우리 학교에 오고 싶어 한다. 착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우리 선수들이 대성했으면 좋겠다.”며 태권도부 자랑에 열을 올렸다. 정 교장은 또 “태권도명문의 기틀은 우리 교사들의 숨은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태권도부 학생들의 어려움을 아는 담임선생들이 중식도 무료로 제공하고 운영비도 면제해 주도록 하는 등 여러 가지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열악한 훈련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운동장 테니스코트에 체육관을 세우기로 하고 설계가 들어간 상태. 내년에는 체육관이 완공되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동중 태권도부는 내달 광주에서 열리는 5·18대회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대회 결과를 분석하고 연구해서 종합우승 목표에 빗나가지 않도록 훈련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학생의 본분을 잊지 않게 하는 지도방침에서 학교 운동부의 본보기를 보는 듯하다.
<심대석 기자>

심대석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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