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시작하는 이맘때면 지난해 나쁜 기억들은 씻어내고 좋은 기억만 간직한 채 새롭게 한해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하곤 한다. 그런데 지난해 태권도계가 유난스러웠던 것일까. 버리려 해도 버릴 수 없는 기억이 있다. 국기원 법정법인 등재를 위한 정관개정 과정에서의 태권도계 내부갈등과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관계악화가 그렇다.
국기원 정관개정은 지난해 태권도계의 중요한 사안이었다.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한 지 1년 반이나 지났지만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나름대로 관심을 가졌던 인사들마저도 잊은 지 오래다.
결국 문체부는 더 이상 국기원을 위법상태로 방치할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법률 일부 개정 시도로 국기원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국기원 지도부는 문체부의 부당한 압력을 지적하며 저항해 국기원의 법정법인 출범은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여전히 국제기구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KTA)가 앞가림을 제대로 할지도 여전히 의문스럽다. 협회는 지난해 세계연맹과는 어긋한 행보로 국제대회에서 경기력에 큰 문제를 노출했고 시도협회나 산하 중앙연맹에 대한 장악력 부재로 여러 가지 사고들을 예방하지도 수습하지도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기원>
법정법인 출범을 위한 정관개정 문제 등 문체부와의 갈등 외에 국기원은 새로 시도하는 사업에서도 돌파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오랫동안 지적돼 왔지만 이사회의 기능은 아직도 미흡하다.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굵직한 사업들이 일부 인사들만의 논의로 결정되고 있다. 해외지부는 설립도 되기 전에 각 국가별 지부를 책임질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해외지부는 WTF와 어린이대회 신설은 KTA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야 말썽의 소지를 없앨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WTF가 인정하는 세계태권도아카데미(WTA)가 들어설 태권도공원 조성을 남의 일인 듯 외면하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WTF>
국제기구로서의 면모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지난해 10월 13일 총회 이후 아직까지도 차기 사무총장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총재의 공약도 즉흥적이다. 태권도사관학교 설립, WTF본부 신축, 프로대회 창설 등 발표한 공약 중 어느 것 하나 이뤄진 게 없다. 태권도인들이 궁금해 하는 멤버십카드에 대한 설명도 없다. 향후 국기원 단증과 같은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어떤 용도인지 회원국들에게 그 속내를 밝혀야 한다. WTA 설립도 국기원과의 논의 없이 진흥재단과 합의해 버렸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국기원에서 연간 수십억 원의 승단심사 수수료를 받고 있다.
<KTA>
종주국협회로서 KTA의 위상은 분명 다른 국가협회와는 다르다. 하지만 WTF와의 엇박자는 자충수밖에 안 된다. WTF가 만든 경기규칙이 마음에 안 든다고 따로 논다면 그리 좋은 모습도 아니고 피해는 한국선수들에게 돌아간다. 문제가 있다면 WTF에 공식적으로 제기해 논의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일이다. KTA는 일개 회원국 협회이기 전에 WTF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돼야 하고 WTF 역시 가장 믿음직한 우군으로 KTA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KTA는 지난해까지 국기원으로부터 승단심사 권한을 위임받은 단체로서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시도협회 이하 각 지부에서 벌어진 여러 심사 관련 사고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계도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증을 보였다.
<진흥재단>
태권도계와의 진솔한 소통이 필요하다. 태권도계의 진흥재단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국기원이나 태권도 관련 기구들과 논의하기보다는 태권도계 인사들과 직접적으로 일을 벌여나가는 것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WTA 설립은 물론 국기원과 논의도 없이 품새를 만드는 등 독자적 행보에 태권도계에서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태권도 관련 기구들의 협조체제가 미흡하기 때문에 숱한 오해와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태권도 관련기구를 한손에 장악하고 있던 김운용 전 총재가 물러난 뒤 각 기구들은 제각기 따로 놀고 있다. 각 기구의 수장들이 정례 모임을 갖고 태권도계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던 약속도 깨진 지 오래 됐다. 2010년 가장 절실한 일은 태권도 각 기구들이 제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상호협조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는 각 기구 간의 갈등을 없애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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