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민초들의 소망]
몇몇 개인들의 이권다툼으로 지난 한 해 한시도 조용할 날 없었던 국기원 문제로 일반인들의 태권도에 대한 인식은 더욱 나빠졌다. 그 피해는 일선도장이 고스란히 받았다. 게다가 경기침체 위에 신종플루의 여파로 도장 관계자들은 최대 위기를 맞았었다. 또 세계연맹(WTF)과 대한태권도협회(KTA)의 이원화된 경기규칙과 서로 다른 전자호구 사용으로 코치와 선수들이 진땀을 흘렸다. 대회 때마다 다른 경기규칙에 적응하는 것이 훈련보다 더 힘겨운 때도 있었다. 2009년 지난해 태권도가 어땠는지, 또 2010년 새해에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태권도계 민초(民草)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경기도 분당 ooo 관장= 국기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시도협회에서 어떻게 심사비를 수령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궁금하지도 않다. 하지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태권도와 관련된 추악한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 일선도장은 존폐위기에 놓인다.

태권도의 이미지는 일선도장 관계자들 스스로도 지킬 필요가 있다. 신종플루 여파로 여러 도장이 문을 닫았다. 태권도장에서는 지도자와 수련생의 관계가 일반 보습학원에서와는 다르다. 하루아침에 도장 문을 닫으면 수련생들은 지도자뿐만 아니라 태권도 자체에 환멸을 느낄 수도 있다. 수련생들에게 가르쳐 온 것처럼 도장 스스로 포기하지 말고 인내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인천시 서구 ooo 관장= 태권도가 인생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아왔던 태권도장들이 죽어가고 있다. 각 시도협회 및 구협회는 대한태권도협회에 등록된 도장들과 함께 도장 경영 지원정책을 논의해야 한다. 사실 협회는 피부에 와 닿는, 좀 더 구체적인 경영 지원 방안을 제시해야하는데 미진했다.

실기 지원을 위해서는 겨루기, 품새, 시범 파트에 전문가를 초빙해 세미나를 열고, 경영 지원을 위해서는 우수 경영자나 경영 실무자를 초청하여 일선관장들에게 의식변화도 일으키고, 상담 전문가로부터 실제적인 상담 노하우를 배우도록 해 주었으면 한다.

우리 일선도장 관장들은 신종플루 여파로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뼈저리게 느꼈다. 앞으로 더 큰 질병의 위협이 닥쳐와도 흔들리지 않는, 강하게 무장한 제자를 양성할 수 있도록 일선 지도자들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경기도 oo고등학교 ooo 코치= 자주 바뀌는 경기규칙에 적응하기 힘들다. 좋은 경기규칙도 중요하지만, 좋다고 자꾸 바꾸면 우리는 어떻게 훈련하고 준비해야 할지 난감하다. 내년에 또 경기규칙이 바뀐다는데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라 지금은 기본 발차기와 체력훈련에만 전념하고 있다. 전술 훈련은 하지도 못하고.

▲용인대 태권도학과 4학년생 ooo= 청년 실업으로 태권도학과뿐만 아니라 모든 예비 사회인들이 진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실업대란 이전에 태권도학과 학생의 진로는 너무 뻔하다. 태권도학과가 많은 대학에 설립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배출되는 인력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제도권에서 숙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 아니면 태권도장 사범. 이것이 태권도학과 학생들 앞에 놓인 현실이다.

▲경남 실업팀 태권도 선수 ooo= 우리 세대는 3개의 서로 다른 호구를 비교 시험한 세대다. 매 대회 때마다 어떤 호구를 사용할지 궁금해 해야 하는 현실이 밉다. 좋던 나쁘던 준비라도 제대로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거시적인 관점으로 지금의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제도권에서 해야 할 일이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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