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과 이근창 전 처장의 복직 소송 다툼이 복마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국기원은 행정소송 1심과 2심에서 승소한 이근창 전 처장을 지난 24일 복직시켰으나 26일 곧바로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당연면직 시켰다.

이근창 전 처장은 “어이가 없다. 법의 맹점을 이용한 것 같은데 다시 싸우자면 다시 싸우겠다”고 밝혔고, 국기원 측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기원 전경.

지난 26일 오전 9시, 국기원이 인사위원회(위원장: 오대영 사무총장)를 열어 이근창 전 사무처장을 당연면직 시켰다.

이근창 전 처장은 2014년 포항 한마당 계폐회식 대행사 선정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로 벌금 400만원을 받은 바 있으며, 이로 인해 2015년 2심 선고가 확정되면서 국기원서 해고되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국기원에 중징계 방침을 전했다.

이 전 처장은 해고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제소에서는 패소했으나 이어진 서울행정법원 1심에서 승소했고, 지난 15일 서울고등법원 2심에서도 승소했다.

승소의 이유는 이 전 처장이 이미 관련 사건에 대해 정직 1개월의 경징계를 받았는데, 형이 확정된 후 다시 징계해 해고한 것은 이중징계라는 취지로 확인되었다.

이에 국기원은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에서 돌연 지난 23일 인사명령서를 통해 이 전 처장을 복직시켰다. 그러나 26일 이 전 처장의 출근과 함께 인사위원회를 개최, “벌금 300만 원 이상 받은 직원은 당연면직시킨다”는 규정을 적용해 바로 당연면직 시켰다.

국기원 안팎에서는 이번 복직 명령과 이어지는 당연면직 결정이 이 전 처장의 힘을 빼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이 전 처장이 제기한 해고 무효 확인 민사소송 역시 1심에서 이 전 처장이 승소했고, 2심에서는 재판부가 5억 원을 이 전 처장에게 지급하고 근로 계약을 종료하는 것으로 국기원에 화해조정했으나 국기원이 이를 지난 9월 20일 임시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거부하면서 이 전 처장의 자금줄을 차단하려한다는 분석도 제기된 바 있다.

따라서 국기원은 대법원에서 이 전 처장의 승소가 확정되는 것을 막고, 또한 이 전 처장이 제기한 소송이 해고무효 및 복직인 만큼 법률적으로 복직의 형태를 완성한 후 다시 당연면직 처분을 해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을 무효화 하려는 전략이 깔린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이 전 처장은 “일단 나를 복직시켰다가 다시 당연면직했으니 내가 제기한 소송은 모두 각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부터 다시 싸우자면 싸울 것이다. 인사위원회에 참여한 직원들을 내 권리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해 오늘 고발조치 했고, 복직 결정이 내려졌던 만큼 채불임금에 대해서도 노동청에 오늘 오후에 고발할 것이다. 반드시 누군가는 책임지게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이 전 처장은 자신을 당연면직 시킨 인사규정이 올해 5월 개정된 것으로 소급적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올해 5월 개정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국기원은 내부적으로 이와 관련해 법률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4월과 7월 강남경찰서의 압수수색 이후 지난 20일 오현득 원장과 오대영 사무총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이어 24일 구속영장 반려, 여기에 이 사태와의 관련성을 의심받고 있는 이 전 처장에 대한 복직과 당연면직 사태 등이 계속 이어지면서 국기원 정상화가 난망할 것이라는 여론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국기원 사태가 더 길어질 경우 현재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정부에 의한 태권도원과의 강제 통합 혹은 해산 절차로 접어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양택진 기자  winset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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