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화해 종용에 국기원 미봉책?
   
   상호 자격인정, 그나마 노욕(老慾)이 판 깨

국기원의 기능과 권위를 회복시키기 위해 추진돼 온 정상화 작업이 결국은 법원의 화해 종용에 따라 대립하던 양측이 상호 자격을 인정하는 선에서 합의를 추진, 갈등을 봉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법원은 보선 이사 7명의 자격정기 가처분을 신청한 엄운규 이사장 측과 홍준표 대한태권도협회장을 비롯한 7명의 보선이사들 간에 합의를 종용, 양측은 21일 상호 이사의 자격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합의문 작성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합의의 원칙은 엄운규 이사장 측은 지난 5월 22일 이승완 이사 등 5명이 이사회를 개최해 선임한 홍준표 외 6인의 이사보선 결정을 존중하고 이들의 이사 자격을 인정하며, 현재 공석 중인 6인의 이사를 엄운규 이사장의 추천하는 자로 선임하되 7명의 보선이사들이 아무조건 없이 이사회에 참석하여 동의키로 하자는 것. 또 만약 선임 결의에 반대할 경우 7명의 보선 이사들은 그 즉시 일괄 이사직에서 사임키로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엄운규 이사장 측은 7명의 보선이사들의 임기만료일 이전 보선이사들의 임기연장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해 보선이사 전원이 이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아무런 조건없이 동의하고 동시에 새로이 선임되는 6인의 이사들도 회의에 출석, 동의하도록 협조하기로 의견을 조율했다.

만약 엄 이사장 측이 상기 날짜에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선이사 측이 소집권자가 되어 이사회를 소집, 개최하고, 엄 이사장은 국기원 이사 및 이사장과 원장직에서 모두 사임한 것으로 간주키로 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도 엄 이사장이 뒤늦게 자신의 이사 및 이사장직도 연임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또다시 성과 없이 깨지고 말았다. 이에 앞서 엄 이사장은 6명의 이사 선임 과정에서 정상화위원회 측과 합의를 보고서도 문화체육부의 지시라는 거짓 핑계로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 빈축을 샀었다.

양측은 다음 주 다시 이견을 조정, 합의를 추진하기로 했으나 개인적인 욕심을 앞세운 이런 합의가 과연 국기원 정상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또한 당초 국기원 내부에서 갈등을 빚어온 인사들이 모두 제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내부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법원의 물리적인 화해 종용으로 국기원이 갈등을 완전히 봉합하고 화해를 이루어 제 기능과 권위를 되찾을지는 미지수다.
<심대석 기자>

심대석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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