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KTA)는 지난 6월 12일 태권도 승품단 심사시행에 따른 제반사항의 기준과 절차를 정하여 효율적인 승품단 심사업무를 할 수 있게 한다며 ‘국내 심사권 위임계약’을 뒤늦게 문서화했다. 계약의 주된 골자는 국내의 승품단 심사에 관한 모든 권한을 KTA에 위임한다는 것이다.

KTA는 이 계약과 국기원 심사규정에 근거해 ‘승품단 심사권 재위임계약서’의 초안을 만들어 지난 7월 20일 울산에서 열린 ‘2009 제2차 도장지원특별위원회’ 회의에 상정, 전국 16개 시도협회 전무이사들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도장지원특위는 16개 시도협회 전무이사와 KTA의 류호윤 기획부장, 임성근 도장분과위원장, 이종천 도장분과연구원 등 19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KTA는 이번 회의에서 합의된 초안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 문안대로 각 시도협회와 ‘승품단 심사권 재위임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이 계약은 1~4품, 1~5단까지의 심사 시행 권한을 1년 단위로 시도협회에 위임하며 상호 이의가 없을 경우 1년 자동 연장하는 것으로 돼 있다.

계약서의 주목할 조항은 제7조.
1항, OOO태권도협회는 소속 시군구 지부를 제외하고 본 계약에 의한 지위를 제3자에게 양도, 이전, 위임할 수 없다.

2항, OOO태권도협회는 관할지역 내에서만 심사를 주관, 집행, 위임할 수 있으며, 타 시도협회의 심사 시행권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는 할 수 없다.

3항, OOO태권도협회는 태권도 교육시장의 원만한 질서 유지를 위해 소속 정회원(등록도장 대표)의 추천을 받은 응심자의 심사만을 집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타 지역의 응심 신청자에 대해서는 해당 시도협회의 동의서가 첨부된 경우에 한하여 접수가 가능하다.
또한 지도자나 응심자가 타시도 심사를 원하는 경우, 원하는 지역의 시도협회 및 도장으로 응심자의 소속을 변경하는 경우 접수가 가능하다.

4항, 소속 회원이 아닌 비등록 도장 심사에 관하여는, 대한태권도협회의 승인 하에 별도의 심사대회를 개최하며 원가계산에 따른 시행 수수료와 권리위임 수수료를 징수할 수 있다.
시행 수수료는 OOO태권도협회가 산정하고, 대한태권도협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5항, 대한태권도협회는 OOO태권도협회 외에 기관 또는 도장으로부터 OO지역의 심사 추천을 개별적으로 받을 수 없다. 단 OOO태권도협회가 정상적으로 심사집행을 할 수 없거나, 분규가 발생할 경우에는 대한태권도협회의 중앙중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직접 심사를 집행할 수 있다.

위 1, 2항에 따라 이 계약이 초안대로 체결될 경우 시도협회가 지역 내 시군구가 아니라 특정 대학교나 대학 동문회에게 심사권을 위임하고 그 대학 동문회가 타 지역에서 동문 도장을 위한 심사를 시행함으로써 갈등을 빚는 일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대부분의 시도협회 관계자들은 태권도 승품단 심사의 위계질서를 확립하는 일이라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3항은 지방 시도협회가 지역 내 응심 신청자들이 서울 등 타 시도로 유출되는 상황을 막아달라던 종전 요구와는 정반대로 타 지역 응심 신청을 합법화하는 비정상적인 조항으로 지적된다.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협회 이주복 전무조차도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 뾰족한 대책이 없겠느냐”며 지친 기색이었다.

또 4항의 비등록 도장에 대한 심사 허용 역시 수백만원의 등록비와 정기적인 회비를 내고 있는 등록도장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조항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KTA 관계자는 심사 횟수를 제한하고, 심사비에도 차이를 둬 등록 회원으로 가입을 유도하려는 방침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선도장들이 경영악화로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무사안일에 빠진 시도협회에게 제대로 책임도 못질 권한만 더 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심대석 기자>

심대석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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