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회장은 국기원 원장이나 이사장 등의 자리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는 데 이용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국기원을 정상화한 후에는 국기원 이사직까지도 모두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태권도의 브랜드 가치는 상당히 크다. 하지만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범들의 국기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몇몇 개인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국기원을 장악하고 또 싸우는 것은 옳지 않다.”

홍 회장은 국기원 개혁의 강력한 의지를 시사했다. 국기원을 지금처럼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태권도인을 자처하는 누구도 국기원을 현재의 상황에서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 자기 욕심의 문제이기 때문에.

홍 회장은 국기원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는다면 이사장에 취임해 엄격한 업무 감사와 회계 감사를 실시해 이사회와 사무처의 인적 쇄신은 물론 전반적인 체제 개편을 통해 국기원을 정상화하겠다고 비교적 구체적으로 자신의 의지와 추진방향을 털어놓았다.
 
그는 “원장에는 관심 없다. 칼을 들고 있는 것은 이사장”이라며 “원장과 이사장을 겸직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정관은 말이 되지 않는다. 집행기관과 감사기관이 어떻게 하나일 수 있느냐”고 현 국기원 정관 및 업무 구조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현재 국기원은 엄운규 전 원장이 홍 회장을 포함한 7명의 이사를 보선한 지난 5월 이사회에 대해 무효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홍 회장은 “어차피 9월이면 (엄 전 원장의) 임기가 끝난다”며 “그때 이사장으로 취임해도 된다”고 (엄 전 원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임기 만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또 홍 회장은 “어차피 국기원 정상화가 목적인만큼 차후 태권도계의 대통합을 위해서라도 태권도인들과 감정이 상할 수 있는 싸움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9일 렉싱턴 호텔에서 열린 국기원 이사 상견례에서 기자들에게 3~6개월 내에 국기원을 정상화하겠다고 언급했었던 홍 회장의 발언에 대해 태권도계 일각에서는 ‘태권도 조직을 잘 알지 못하는 홍 회장이 그렇게 짧은 시간 내에 국기원을 정상화하겠다고 한 것은 경솔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홍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성질대로 하면 한 달 안에 다 정리할 수 있다. 전권을 받으면 쾌도난마(快刀亂麻)식으로 국기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국기원 정상화가 그렇게 오래 걸릴 과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오히려 국기원을 자신의 입지 강화를 위해 이용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홍 회장은 “개혁을 위해서는 전권이 필요하다. 그런 권한을 받지 못하면 이사장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기원을 사랑하는 지도자 연대’라는 모임을 통해 홍 회장의 국기원 입성을 반대하고 나선 대한태권도협회 강원식 사료편찬위원장과 임춘길 상임부회장의 징계에 관한 질문에는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다. 이사회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언급을 피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당일 연락받은 태권도 전문기자 7명이 참석했으며, 대한태권도협회 조영기 상임부회장, 양진방 전무이사가 배석해 간간이 홍 회장의 물음에 답변하기도 했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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