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선이사를 포함한 12명의 이사들에게 보내진 국기원장 직인이 날인된 공문(왼쪽)과 사퇴 이사를 포함한 19명의 이사들에게 보내진 엄운규 이사장 자필 서명 공문(오른쪽).

이사회 소집 문서를 발송한 것은 지난 18일. 과거 국기원 이사회 소집 공문은 사무처가 원장 결재를 거쳐 국기원장 직인을 날인해 발송해왔다. 그러나 엄 전 원장은 전례에 없이 ‘오는 25일 국기원 제 2강의실에서 오전 11시 임시 이사회를 소집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자필 서명, 국기원 이사장 자격으로 직접 발송했다.

안건은 지난 4월 사표를 제출한 이종우, 이장원, 안종웅, 김영환, 이규석, 최창신, 이종승, 홍종관, 한용석, 이승국, 김철오, 이근우, 양진석 등 13명 이사 사임 철회에 관한 건이다.

문서가 발송되자마자 엄 전 원장이 소집한 이번 이사회의 적법성에 대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달 25일 국기원은 남아있는 이사 5명이 정식 절차를 밟아 이사회를 개최, 7명의 이사를 보선했기 때문이다.

엄 전 원장도 근 1년간 이사장으로서의 직무를 유기하다가 갑자기 이사장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미 사표를 제출한 이사들과 함께 이사회 갖는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기원 정관 17조 1항에 의하면 “임원의 해임 및 선임에 있어서 자신에 관한 사항을 의결할 때”를 의결 제척(除斥)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엄 전 원장이 소집한 이번 이사회의 안건이 13명의 사퇴 이사들의 사임 철회에 관한 건이라면 13명의 이사는 정관상 의결권을 가질 수 없다.

한편 지난 달 25일 이사회에서 보선된 이범래, 배영상, 최영렬, 이봉, 박구진, 정만순 등 6인을 포함한 13명의 이사들도 29일 오전 11시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별도의 이사회를 가질 계획이다. 이 이사회의 소집을 알리는 공문은 송상근 부원장이 원장 직무 대행으로 최종 승인, 발송된 것으로 밝혀졌다. 안건은 이사 보선, 이사장과 원장 선출, 정관 개정에 관한 건이다.

이에 대해 엄 전 원장 측은 보선 이사나 보선을 단행한 이사회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보선 이사회 무효 가처분 신청을 내놓아 법적인 판단 결과가 주목을 끌고 있다.

한편 양쪽 이사회에 모두 소집 통보를 받은 이승완, 조영기, 박현섭, 송봉섭, 송상근 이사가 어느 쪽 이사회에 참석할지, 아니면 두 이사회에 모두 참석할지도 의문이다.

파행으로 치달아 온 지도 까마득한 국기원은 그 많은 세월을 허송하고도 좀처럼 화합과 정상화의 길을 찾지 못하고 점점 더 심하게 꼬여가는 형국이다.
<신병주 기자>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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