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체력과 우수한 사격능력을 갖춘 전투원을 지칭하는 특급전사라고 하면 대개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장병을 생각하기 쉽다. 돌도 씹어 먹는다는 왕성한 체력에 거듭되는 훈련으로 뛰어난 전투 능력을 갖추고 있어 특급전사 선발에 가장 유리한 연령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충실한 자기관리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군내, 또는 사회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으로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숨은 보물 같은 군인들도 있다.

최근 육군 모 사단의 특급전사로 선발된 한재희(48) 원사의 경우가 그렇다.한 원사는 최근 부대 내 선발대회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며 수많은 젊은 간부들을 제치고 우수한 성적으로 특급전사로 선발됐다. 2분 안에 윗몸일으키기 70회, 팔굽혀펴기 80회를 너끈히 해냈다. 실제 나이에 맞는 선발기준인 54회와 61회를 거뜬히 넘긴 것이다. 1.5km 뜀걸음도 5분30초 만에 주파했다. 사격은 30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기반으로 90% 이상 명중시켰다. 평소 꾸준한 운동과 해낼 수 있다는 정신력, 오랜 군생활의 노하우가 조화를 이뤄 당당히 특급전사라는 명예를 획득한 것이다.

사실 한 원사도 처음부터 체력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주임원사로서 바쁜 부대 업무를 처리하면서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몸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됐다.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던 한 원사에게 전기가 마련된 것은 2007년 12월. 대대장이 부임하면서 군인다운 강한 체력을 다지기 위해 매일 아침 태권도와 뜀걸음을 하자고 간부들에게 한 제안에 흔쾌히 동참한 것이 계기가 됐다.오랜만의 운동으로 처음에는 다리에 쥐가 나고, 몸살도 앓았다. 주변에서도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해가 된다며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한 원사는 꾸준한 운동으로 하루가 다르게 몸 상태가 변하는 것을 느끼며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러던 중 올해부터 장병뿐만 아니라 간부들 가운데서도 특급전사를 선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운동의 효과도 확인해 보고, 나이가 들어도 강한 전사로서 임무수행에 차질이 없다는 것을 후배 전우들에게 몸소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이후 한 원사는 아침마다 태권도 기본기와 스트레칭, 뜀걸음을 하고 일과 후에도 순환식 체력단련 기구를 이용해 기초체력을 다져 나갔다.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꾸준히 체력을 길렀다. 퇴근 후에는 집에서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를 하며 운동을 생활의 일부로 만들고 자신의 한계를 시험했다.

한 원사는 “‘강한 전사 강한 군대’가 되기 위해서는 간부들부터 강한 리더가 되는 동시에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노병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군생활 가운데 터득한 지혜를 전해 주는 전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이번 특급전사 선발대회를 주관한 부대장은 “20대 젊은 장병들도 해내기 힘든 특급전사를 마흔여덟의 나이에 이뤄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며 “한 원사의 도전은 모든 간부들이 본받아야 할 진정한 군인정신”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국방부=최점현 기자>

최점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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