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수정

임수정(수원시청)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자신의 존재를 세계태권도계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리고 지난해까지의 페더급에서 한 체급을 올렸다. 김새롬(고양시청)과 전은경(김제시청), 김보혜(안산시청) 등이 견고하게 지키고 있던 라이트급 삼각체제를 허물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경희대 김미영이 가세해 선배들을 위협하고 있어 한국여자태권도 라이트급은 가히 전국시대를 맞게 됐다.

이들은 유럽세에 비교해 힘에서도 달리지 않는다.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기량과 힘을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다. 김새롬을 내세워 이 체급 태극마크를 노리는 고양시청 이창건 감독은 “여자 라이트급은 누가 태극마크를 획득할지 그야말로 안개 속이다. 이 체급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태극마크를 획득한다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한국의 세계 제패가 유력한 체급”이라며 선수들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는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라이트급 여왕을 가리는 코트에서 한국을 대표할 선수는 누가 될까.

▲ 김새롬

라이트급 대표 경쟁에 뛰어든 임수정은 이미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실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 체급에서도 새로운 강자라고 할 수 있다. 3회전 내내 공격할 수 있는 힘과 순발력을 갖추고 있으며, 얼굴공격은 특히 알아준다. 게다가 상대공격을 적절하게 받아 역공할 수 있는 기량도 갖추고 있다. 최근 개정된 룰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라이트급의 지킴이 김새롬(2003년 유니버시아드대회 우승,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 2위). 서울체고시절 기대주로 각광받았던 선수다. 이후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현재의 이창건 감독을 만나며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 감독도 김새롬에 대한 기대가 크다.  

김새롬의 천적으로 유명한 전은경도 위협적인 존재. 전은경은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매년 국가대표선발전에서 2위에 머물러 이번 선발전을 통해 만년 2위 꼬리표를 떼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김새롬, 박혜미, 임수정이 등장하기 전에는 지금은 은퇴한 김연지(세계대회 2연패)와 양자구도를 형성했던 강자다. 경기 내내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투지가 매섭다.

▲ 전은경

흥미로운 것은 김보혜가 두 체급이나 올려 가세했다는 것이다. 2005년 마드리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뚜렷한 성적은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든지 올라설 수 있는 기본적인 역량을 갖춘 선수다. 이 체급의 막내 김미영 또한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충분히 우승도 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다.
 
휼륭한 선수들이 많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단 한 장뿐인 세계대회 출전티켓은 선수들에게 가혹할 정도의 땀방울을 요구한다. 현재로서는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따기보다 국내 대표선발전에서 1위를 하기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한 체급에 이처럼 우수선수들이 몰려 있는 현상이 한국여자태권도의 행복이자 불행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김창완 기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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