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정상화추진위원회가 구성 된지 한 달 열흘. 여러 차례 회의를 열고 국기원 정상화 방안을 찾고 있지만 아직은 큰 진전이 없어 보인다. 문체부와 국기원 정상화추진위원회 간에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뿐만 아니라 소통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문체부의 실무담당으로 손진호 스포츠산업과장이 발령받으면서 정상화추진위원회와 문체부 간의 대화통로가 생겼다. 그렇지만 문체부와 정상화추진위원회 간 의견 차이는 여전히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문체부는 국기원 이사들에게 전원 사퇴하라고 압박하고 있고, 정상화추진위원회는 이사회에서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구성된 위원회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한태권도협회(KTA) 홍준표 회장이 국기원의 정상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홍 회장도 지난 7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전국종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 참석해 태권도 관계자들과 담소하던 중 “내가 국기원으로 가면 어떨까요”라고 운을 띄웠다. 참석했던 관계자들 모두 환영의 뜻으로 박수를 쳤다고 한다.

태권도계 여론이 홍 회장을 지지하고, 정상화추진위원회와 서울시협회 또한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은 문제는 문체부와 국기원 내 엄운규 원장의 업무복귀를 주장하는 세력을 설득하는 것이다. 엄 원장 복귀를 주장하는 세력들은 엄 원장이 이사장으로 복귀해 정관개정을 문체부로부터 승인받고 자신들의 입지를 확고히 다진 뒤 문체부가 원하는 인물을 이사장과 원장으로 선출하겠다는 속셈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국기원은 다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여론이다. 태권도인들은 엄 원장 복귀를 주장하는 세력들은 자신들의 보신을 위해 엄 원장을 끝까지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승완 정상화추진위원장이 원장에 대한 미련을 버린 만큼 엄 원장도 국기원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그동안 국기원 갈등의 중심에 엄 원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사표를 낸 뒤 업무복귀 성명서를 발표하는 세력과 이를 반대하는 세력들 간의 충돌로 국기원은 물론 태권도의 이미지가 엄청나게 실추됐다. 이러한 사태를 일으킨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태권도계 원로로서, 국기원 원장을 지낸 인사로서의 태권도계 후배들에게 보여줘야 할 모습이라는 것이다. 태권도계 일각에서는 엄 원장의 명확한 처신이 국기원 사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첫 번째 방안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체부 또한 언제까지 국기원을 압박할 수만은 없다. 국내 태권도계는 물론 해외사범들까지도 문체가 국기원 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하고 있다는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태권도계 전반의 지지를 받고 있는 홍 회장을 막을 명분도 없어 보인다. 최종적으로는 홍 회장 본인의 결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 회장도 국기원 이사장으로 눌러 앉겠다는 욕심은 없어 보인다. 국기원이 정상화될 때까지 시한부 이사장직을 수행하겠다는 것인 만큼 문체부와 엄 원장 세력들도 반대할 명분을 찾기가 어렵다.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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