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만 3천 670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동남아의 섬나라 인도네시아에서도 태권도는 인기가 높은 스포츠 종목이다. 20년 전 1천여 명에 불과했던 태권도 수련인구는 지금 등록인원만 해도 50만 명을 넘어섰다.

오일남(49) 사범은 20년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태권도 전파와 지도에 힘을 쏟아온 태권도인이다.

젊은 시절 태권도 국가대표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번이나 금메달을 획득할 정도로 유능한 선수였고 경북체육중·고등학교, 대구시청 등의 명문 태권도팀을 가르쳤을 만큼 유능한 지도자다.

1989년 인도네시아에 입국하자마자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던 오 사범은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두 개와 동메달 한 개를 인도네시아에 안겨주며 인도네시아 전역을 흔들어 놓았다. 국민들은 태권도에 열광했다.

TV나 신문에서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가 보도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오 사범. 그의 태권도에 대한 갈망은 아직도 그칠 줄 모른다.

오일남 사범.

-어떤 계기로 인도네시아로 가게 됐나요?
“해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인도네시아로 갈 생각은 없었습니다. 1989년 당시 세계태권도연맹에서 일하던 현 국기원 박현섭 총무이사가 인도네시아에 가서 현지인들에게 태권도 지도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젊은 마음에 잠시 있을 생각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1년, 2년이 지나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입국하자마자 국가대표팀 맡아 선수들을 산중턱으로 끌고 가서 지도했습니다. 혼자 지도하다 보니 새벽부터 밤까지 고된 생활이었고, 무엇보다도 음식이 맞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5개월 만에 체중이 15kg이나 빠질 정도였어요.”

-후회한 적은 없었나요?
“집 사람과 아이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걸 보면 안타깝죠. 하지만 나의 태권도 인생에 대해서는 후회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고등학생인 아들과 딸도 대학은 한국에서 다니고 싶다는 뜻을 밝혀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던 느낌입니다.”

-1989년 당시 인도네시아 태권도 상황은 어땠나요?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나 다름없었어요. 하지만 선수들을 열심히 지도했습니다. 그리고 세계대회 메달이 나오기 시작하자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인도네시아 정부도 태권도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더군요.”

-어떻게 50만의 인구가 태권도를 하게 됐는지?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이 가장 큰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태권도 선수 4명이 출전했는데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하자 인도네시아 전체가 들썩였습니다. 방송도 온통 태권도로 뒤덮였고, 이 일을 계기로 가라테나 유도 수련인구가 대거 태권도로 전향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태권도의 양적 발전은 이루어진 상태지만 아직 질적 향상은 안됐습니다. 이번에 태권도 사범의 해외파견 사업이 국기원으로 넘어가면서 기존 정년 50세에서 10년이 더 늘어났는데, 남은 기간 동안 지금처럼 열심히 노력해서 인도네시아 태권도를 질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특히 올해 인도네시아 정부기관인 청년체육부에 처음으로 주니어태권도팀이 창단됐습니다. 물론 제가 지도를 맡게 됐고요. 지금은 12명이지만 100여명까지 늘릴 생각입니다. 이 팀을 통해 지금보다 더 뛰어난 선수들을 길러내고 올림픽 메달도 획득하고 싶습니다.”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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