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부임했지만 태권도부에 대한 애정이 큽니다. 정신적으로 함께하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재정적으로도 많이 지원해서 올해엔 꼭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얻어 기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부임한 화수중학교 김대선 교장은 학교 안에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지만 태권도부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태권도뿐만 아니라 체육에 관심이 많아 올해는 빙상부와 테니스부도 창단했다.

2007년부터 다소 침체된 분위기였던 화수중 태권도부는 김대선 교장의 부임에 큰 힘을 얻고 있다. 교장뿐만 아니라 김명희(38) 감독교사도 열정적이다. 경기장마다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여건이 되는 대로 태권도부를 찾아 애를 쓴다.

김명희 감독과 권영문 코치.(왼쪽부터)

김 교사는 “우리 태권도부는 경기경험이 없는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게 약점인데 코치 선생의 지도와 학교의 깊은 관심으로 일취월장(日就月將)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올해는 전국대회 메달을 획득할 수 있을 겁니다”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1997년 창단된 이후 꾸준히 전국대회 메달을 획득해 오던 화수중이었지만 2007년부터는 전국대회 메달권에서 아슬아슬하게 미끄러져왔다. 태권도부 권영문(38) 코치에게 현재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선수 확보다.
 
“주변 초등학교에 태권도부가 없습니다. 때문에 직접 도장을 이리저리 방문해서 선수들을 찾아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젠 그것도 어려워졌습니다. 도장에서도 겨루기선수를 양성하지 않는 추세거든요.”

그렇다고 의기소침해 앉아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권 코치는 더 열심히 도장으로 발품을 팔며 선수 발굴에 나섰고, 또 학교 안에서 선수들을 발굴, 양성하는 시스템도 구상 중이다. 특히 경기경험이 전무한 학생을 어떻게 선수로 육성해낼지 방안을 모색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잦습니다. 태권도에 흥미를 잃지 않고 스스로 발전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권 코치는 신입생과 재학생을 따로 훈련시킨다. 아직 경험이 없는 신입생과 재학생이 함께 하는 겨루기 수업은 서로에게 비효율적이다. 지도자는 한 명뿐이지만 운동 프로그램을 적절히 달리해 두 편에 최대한 효율적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화수중 태권도부의 또 하나의 잠재력은 선수와 지도자 간의 결속력이다. 지난 1월 강원도 전지훈련장에서 목격한 장면. 화수중을 졸업하고 고교에 진학한 선수 하나가 권 코치를 붙들고 울고 있었다. 권 코치는 그의 눈물을 닦아 주고. 상급학교에 진학해 훈련이 더욱 고되진 탓도 없지 않았겠지만 다정했던 중학 시절 코치에 대한 그리움도 그만큼 컸던 것이다.

권영문 코치가 선수들에게 반칙 동작을 직접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어떤 지도자든 훈련시간 만큼은 호랑이가 된다. 하지만 여가시간에 전혀 다른 느낌으로 선수들을 대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어린 선수들일수록 훈련 시 지도자의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화수중의 권 코치는 언제나 선수들과 눈높이를 같이한다. 여가시간에 선수들이 즐기는 PC게임을 함께 하고, 여럿이 채팅을 즐기기도 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말투를 같이 쓰고 같이 게임을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고, 지금은 저도 익숙해졌습니다. 덕분에 아이들과 속내를 터놓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어 다행입니다.”

교장을 비롯한 학교 측의 든든한 지지와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는 권 코치가 있어 지금 화수중 태권도 부원들은 행복하다. 얼마동안 전국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이런 행복감이 곧 좋은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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