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말 김정길 전 회장이 공식 사퇴를 표명한 뒤 대한태권도협회(KTA)는 선장을 잃고 잠시 표류하는 듯했다.

그러나 KTA는 곧바로 이사회를 소집하고 차기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회장 공백이 장기화될수록 태권도계 특성상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우려해 신속하게 처리했다.

자신들의 보신을 위해 사퇴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인사를 다시 업무에 복귀시키기 위해 7개월 이상 온갖 꼼수를 부리다가 일그러져버린 국기원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KTA는 결국 달포 만에 새 회장을 선출할 수 있었고, 태권도인들은 홍준표 여당 원내대표를 선택했다.

지난 14일 홍준표 회장이 여의도 모 식당에서 열린 2008년도 KTA 결산 이사회를 주재하고 있다.

대다수의 대의원들은 홍 회장을 지지했지만 구천서, 김정길 전 회장 등 2대에 걸친 정치인 출신 회장에 실망한 태권도인들은 정치인을 크게 신뢰하지 않았다. 정치인 홍 회장에게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7월 15일 취임식에서 홍 회장은 태권도회관 건립과 태권도인 병역특례 확대, 재미있는 태권도 개발 등 역대 회장들과는 다른 굵직한 공약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를 크게 믿는 태권도계 인사는 많지 않았다. 의례적으로 하는 공약이거니 하고 큰 관심도 없었다. 전 회장들이 그래왔기 때문에.

하지만 홍 회장은 달랐다. 공약사항을 차근차근 챙겨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태권도회관 건립은 이미 130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으며, 1차적으로 50억 원이 국민체육진흥공단을 통해 들어왔다. 회관건립 부지도 3월 이전에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병역특례 확대 또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홍 회장은 임기 안에 현재 10여 명인 규모를 1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확언했다.

재미있는 태권도 경기를 선보이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KTA에는 지난해 12월 기술전문위원회 토론회를 갖는 등 최근 들어 경기규칙 개정을 위한 회의가 부쩍 늘어났다. 경기규칙 개정은 물론 태권도 스타 만들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정부파견사범제도의 부활과 국방부장관기대회 유지 등 굵직한 문제들을 해결해냈다.

이처럼 공약사항은 물론 태권도계의 힘으로는 벅찬 일들을 해결하자 태권도계의 홍 회장에 대한 신뢰도도 급상승하고 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KTA를 안정시키고, 공약을 지켜내는 회장을 신뢰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KTA 임직원들도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홍 회장이 태산처럼 버티고 있어 일하기가 무척 편안해 보인다. 홍 회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KTA는 안정세를 보이면서 계획된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국기원은 엄운규 원장 복귀 여부와 정관개정을 놓고 7개월 이상 표류하고 있다. KTA ‘홍준표호의 순항’을 지켜보며 국기원에도 강력한 리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세를 얻고 있다.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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