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에는 4개의 위원회(committee)가 있다.

기술(technical), 경기(games), 심판(referee), 교육(education)이 그것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위원회다. 기술위원회에는 경기, 심판, 교육위원회의 위원장이 당연직으로 부위원장이 되어 참여한다. 그러므로 기술위원회는 실질적으로 다른 3개 위원회의 상위 위원회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태권도가 나갈 방향타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WTF 기술위원회 위원장이 가지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WTF는 최근 기술위원장을 새로 임명했다. WTF 집행위원이며 멕시코에 태권도를 보급하는데 가장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는 문대원(65) 사범이다.

문대원 신임 WTF 기술위원장

문대원 신임 WTF 기술위원장은 임명 후 첫 번째 과업으로 지난 14일 서울에서 열린 ‘WTF 합동기술회의’를 주재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차등점수제, 경기장 축소 등이 합의돼 향후 태권도 경기에 큰 변화를 예상케 했다.

태권도 경기 룰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문대원 기술위원장. 앞으로 어떤 각오로 태권도에 새바람을 넣을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진정한 태권도의 가치를 가르쳐야 합니다. 올림픽경기로서의 태권도는 태권도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올림픽 종목으로서 남기 위해 여러 가지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태권도. 이를 위해 적지 않은 변화를 합동기술회의에서 도출한 직후의 대답으로는 좀 의외였다.

“태권도의 정신, 가치가 빠진 올림픽 종목으로서의 태권도는 껍데기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올림픽에서 있었던 쿠바 선수의 심판 폭행은 껍데기만을 가르쳤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었던 일입니다. 사범이라는 말은 가르치며(師), 모범이 된다(範)는 뜻입니다. 경기의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이것이 바로 태권도의 정신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쿠바 선수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올림픽에서 명백한 심판들의 실수도 여러 차례 눈에 띄었는데?

“심판의 잘못은 크게 셋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잘 몰라서 하는 경우’, ‘잘 하려고 했으나 실수로 하는 경우’, ‘알면서도 일부러 하는 경우’입니다. 이 중에서 마지막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 경우는 책임은 져야겠지만,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첫 번째 경우는 3번째처럼 악의적인 것은 아니지만, 심판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경우겠지요. 심판교육을 철저히 해서 첫 번째와 같은 경우도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지요.”

1969년부터 멕시코에서만 만 40년 태권도 전파를 위해 살아온 문대원 사범이다. 현재의 태권도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문 위원장. 그래서 그는 당장 진행되고 있는 세부적인 변화보다 큰 틀에서 태권도가 잃어버린 무도성의 회복을 주문하고 있다.

문 위원장이 지나온 길은 태권도의 역사가 되었지만, 자신이 근거한 멕시코협회와의 갈등으로 자격에 대한 시비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기술위원장이라는 요직을 가진 그의 앞으로의 행보는 어쩔 수 없이 태권도의 역사에 더욱 중요한 자국을 남기게 될 것이다. 건투를 빈다.

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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