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오픈을 직접 관전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란 선수들의 응원소리를 기억할 것이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북을 치며 노래를 부르는 응원이 인상적이다.

모하마드 레자 바바디(MOHAMAD REZA BABADI, 26세)는 그런 응원열기 속에서 코리아오픈 남자 시니어Ⅰ 페더급에 출전했으나 준결승에서 남아공의 장신 선수의 벽을 넘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밝았다. 경기에 진 것은 아쉽지만 종주국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에 출전한 것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란다.

1등만을 인정하는 우리 주변의 태권도인들과 달리 대회 참가에서 즐거움을 찾고 동메달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바바디로서는 어쩌면 우승한 선수보다 더 한 행복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종주국에서 열리는 오픈대회의 성격이 어떠해야 할지 제시해주는 대목이다.

경기장이나 관중석에서 항상 밝은 모습을 보이는 긍정적인 청년. 이란 이스파한 지역 대표선수로 작년에는 국가대표로 뽑혔고 올해도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 대기 중인 유능한 태권도 선수다. 그의 한국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태권도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친구 따라 우연히 도장에 갔다. 태권도 하는 걸 직접 보니 너무 재미있어 보였고 무엇보다도 도복에 매료됐다. 그때부터 태권도에 심취돼 15년째 태권도를 하고 있다.”

-태권도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태권도의 가장 큰 매력은 자신감을 얻는 것이다. 태권도를 하고부터는 무슨 일을 하든지 자신이 생겼다. 삶의 어떤 부분에라도 큰 도움이 된다.”

-이란에서 태권도의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
“대단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태권도 수련층이 벌써 150만 명을 넘었다고 들었다. 축구 빼고는 인기가 가장 높다. 국기인 레슬링보다 더 높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지 않나?”

-한국 방문은 처음인가?
“아니다. 세 번째 방문이다. 하지만 코리아오픈은 처음이다. 직접 와서 경기에도 참가하고 부딪쳐 보니 배우는 게 많고 의욕도 높아진다. 이란에 돌아가서 어떻게 수련하고 단점을 보완해야 할지 깨닫는 좋은 계기가 됐다.”

-한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은 나에게 특별한 느낌보다는 모국과 같은 편안함이 있다. 나에게 태권도는 인생이다.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은 나에게 이란과 다를 게 없다.”

-태권도와 타 스포츠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태권도는 스포츠운동이라는 것 외에 정신적인 면이 강하다. 예의를 중시하고 정신적인 것도 수련의 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타 운동보다 많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 중에도 태권도인이 있나?
“사촌 동생이 나와 같은 이스파한 대표선수이면서 이란 주니어 국가대표다.”

-앞으로 계획이나 꿈은 무엇인가?
“당장 목표는 세계선수권대회다. 일단 국가대표선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 이후에 가장 큰 목표는 런던올림픽에 나가 조국에 올림픽 메달을 안기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평생 태권도인으로 남는 것이 꿈이다.”

신병주 기자  sign2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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