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호구를 둘러싼 세계태권도연맹과 개발업체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WTF의 조정원 총재는 지난 8월 베이징올림픽을 마치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전자호구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를 위해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제12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도 전자호구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10월 덴마크 세계대회까지는 꼭 1년이 남은 상황. 현재 WTF의 공인을 받은 전자호구는 국내개발사 라저스트(LAJUST)의 제품이 유일하다. 그런데 WTF의 공인을 받지 못한 전자호구 개발업체인 독일의 아디다스(ADIDAS)와 스페인의 대도(DAEDO)에서 추가로 공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요청해 왔고, 이에 WTF의 전자호구 특별위원회(ad-hoc committee)는 한국체육과학연구원(KISS)에 먼저 테스트를 거치라고 권고했다.

특별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KISS와 아디다스, 대도는 각각 용역계약을 맺고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테스트를 실시했다. KISS는 이 테스트에 공인된 제품인 라저스트의 제품도 함께 테스트를 실시했다.

테스트 결과 라저스트의 전자호구는 공인된 제품답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고, 가장 큰 경쟁자로 여겨지고 있는 아디다스 제품은 대도의 제품보다도 못한 최하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ISS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0쪽 분량의 보고서를 WTF와 각 제조사에 보냈다.

이 같은 내용은 한 인터넷 무술전문지에 의해 보도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아디다스는 자사에 불리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유출된 경위에 대해 의혹과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이러한 보도 내용이 아디다스의 전자호구를 내년 대회에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온 유럽태권도연맹 산하 각국 협회들에 전달이 되자 아디다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WTF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WTF가 한국 기업인 라저스트와 ‘특별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라저스트는 라저스트대로 WTF에 불만이 없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WTF-라저스트 간에 공인 계약이 체결돼 있고 조 총재가 나서서 전자호구를 올림픽에 도입하겠다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추진작업이 없다는 것이다. 내년 세계대회까지 1년 남은 상황에서 WTF와 라저스트가 여러가지로 논의할 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WTF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차례 전자호구 시연회나 테스트 등을 거쳐 라저스트의 제품이 공인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준이 미흡한 회사의 제품들에게 계속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라저스트의 이희익 사장은 "이번 KISS의 테스트 결과를 통해서도 분명하게 밝혀진 것처럼 현재의 상황에서 내년 세계대회에 사용할 수 있는 전자호구는 라저스트의 제품이 유일하다. 다른 회사들이 더 이상 불필요한 투자를 계속하는 일이 없도록 WTF가 분명하게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디다스는 이번 KISS의 테스트결과의 유출 및 보도 등과 관련해 불만을 표시하고 KISS 테스트 결과까지 불신을 표시하면서 법적인 대응까지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디다스의 불만이 법적인 문제가 될 근거는 쉽게 보이지 않지만 IOC의 오랜 파트너인 아디다스가 IOC를 통해 압력을 행사할 경우 가뜩이나 올림픽 무대에서의 퇴출을 염려하는 WTF로서는 더욱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WTF가 조기에 명확한 방침을 밝히지 않을 경우 전자호구를 둘러싼 갈등은 갈수록 확산되고 WTF의 입장도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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