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1] 문체부의 문화예술 관련단체 장악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후 장관에 부임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전 정부와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는 문화예술관련 단체장들의 사퇴를 유형무형으로 압박해왔다. 이 대상에는 오지철 한국관광공사 사장, 박래부 언론재단 이사장, 김윤수 현대미술관장 등이 있다. 이러한 문체부의 압박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단체장들은 자리를 떠났거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상황2] 문체부의 화살, 국기원으로
9월4일 태권도의 날. 기념사에 나선 유인촌 장관은 ‘태권도 위기’, ‘국기원의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국기원의 변화 및 개혁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상황3] 국기원 압박 본격화
지난달 24일, 문체부 최종학 체육국장이 일간지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최 국장은 “지금은 국기원이 비전 제시 및 공공성 강화를 위해 강도 높은 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라며 “위기에 처한 태권도의 재도약을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이사회가 새로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국장은 이어 “국기원의 법정법인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정관 개정작업이 끝나지 않아 당연히 법정법인화도 답보상태에 빠졌다”며 “법정법인화를 통해 국기원은 투명한 공공기관으로 거듭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견해차이로 법정법인화가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4]국기원의 반격
국기원 정관개정협상단이 25일 문체부를 방문했다. 송상근 부원장을 비롯해 이승완, 이근우, 김철오 이사와 이근창 사무처장 등 5인으로 구성된 정관개정협상단은 최종학 체육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기원의 법정법인화 과정에서 문체부가 이전에 제안했던 것과 현재 제안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미 국제적인 스포츠로 발전한 태권도와 그 본부인 국기원은 국내적인 논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망]전면대결인가, 타협인가?
문체부가 국기원과의 의견 대립에 내놓은 타협책은 이른바 ‘이사회의 양원(兩院) 구성’이다. 태권도 전문가 출신 70세 이상으로 구성된 상원(원로회)과 사회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하원(전문이사회)으로 나누자는 것이다. 최종학 체육국장은 “원로회가 단순히 자문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기원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관을 수정하면 태권도 전문 원로들의 의견이 국기원의 행정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체부의 제안을 국기원 이사회가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또 제안 자체는 설득력을 갖춘 것으로 보이더라도 과연 실제로 원로회가 기대처럼 역할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문체부와 국기원 양자의 서로에 대한 신뢰. 국기원의 모든 문제가 이사진에 있다는 식으로 문체부가 국기원을 이해하고 있다면 양자 간의 타협의 여지는 매우 좁다.

문체부가 진정으로 국기원을 비롯한 태권도계를 개혁하기 원한다면 태권도에 대한 더 많은 공부와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

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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