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태권도 개혁에 정부가 두 팔을 걷고 나설 조짐이다. 개혁의 첫 번째 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곳은 국기원이다. 태권도를 더 이상 내버려둘 시기가 아니고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있다는 데 대한 합의가 이미 끝난 상태. 지금은 본격적인 실행에 앞선 폭풍전야와 같은 상황이다.

정부의 입장을 대표해서 태권도 개혁을 담당할 주무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다.

문화부 주최로 25일 열린 '태권도 진흥 및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

문화부가 지난달 25일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태권도 진흥 및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배경이 그러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당초 기대했던 유인촌 장관의 참석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신재민 문화부 제2차관이 인사말을 통해 “태권도 발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서 논의된 주제는 ‘태권도의 현황’과 ‘국기원’의 두 가지. ‘태권도의 현황’에 대해서는 ㈜메세나코리아의 최진우 대표가 ‘태권도진흥 기본계획 수립안’이라는 주제로, ‘국기원’에 관해서는 소마연구소의 허건식 소장이 ‘국기원의 문제점 및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다.

토론자로는 태권도학계에서 양진방(용인대), 전익기(경희대), 안용규(한국체대), 이봉(경원대), 이경명(동아대) 교수 등이 참석했고, 이승환 무카스 대표, 임윤택 서울시태권도협회 부회장이 각각 태권도산업과 서울시협회 측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 자리에는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세계태권도연맹, 태권도진흥재단 등 4개 단체를 비롯해 100여 명에 가까운 방청객이 참석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최진우 대표는 ‘태권도진흥 및 기본계획 수립 안’이라는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국내외 태권도의 현황을 분석하고 도출된 문제점 지적을 통해 태권도 진흥계획을 발표했다. 최 대표의 발표는 메세나코리아가 문화부로부터 수주한 태권도 5개년(2009년~2013년) 계획의 진행상황 보고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었다.

최 대표의 발제는 특별히 새롭다기보다는 태권도계에서 누차 지적 및 논의되어오던 것들을 정리한 수준의 것이었다.

최 대표의 발제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일부 토론자들로부터 나왔고, 그에 대한 보완을 약속한다는 답변 등이 이어지면서 첫 번째 발제에 대한 논의가 정리됐다.

주목을 받았던 것은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허건식 소마연구소장의 ‘국기원의 문제점 및 역할’이라는 발제문이었다.

허 소장은 발제를 통해 국기원의 근본적인 위상 및 존재 이유를 확인하고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으며 개혁의 당위성을 환기했다.

허 소장의 주장 또한 국기원이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일반적으로 지적되는 것들이었기에 크게 반론의 여지가 있는 것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에 대해 현재의 태권도계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자정작용을 통해 스스로 개혁을 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진단이 이날 토론회를 통해 뚜렷이 확인되었다.

한 토론자는 발제자의 태권도 수련경력을 따져 물으며 태권도계에 대해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태권도인이 아니면 태권도에 대해 말도 하지 마라’는 식이었다.

또한 이날 협회를 대표해 참가한 토론자는 자신이 토론자인지 발제자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미리 준비해 온 주장을 되풀이했고, 그나마 처음한 말과 나중한 말이 모순되는 주장을 펴 토론회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이번 토론회는 문화부가 태권도에 전면적으로 나서기에 앞서 태권도계의 현재 분위기 및 상황들을 점검한다는 의미가 컸다.

한편 문화부는 국기원이 법정법인에 근거를 두고 개정한 정관(안)을 반려하는 등 국기원 인적쇄신과 조직개편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박성진 기자  kaku6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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