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이 원칙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태권도 용어 정립에 나섰다.

현재 겨루기를 비롯해 품새, 시범 용어는 우리말과 한문, 영어, 외래어 등이 뒤섞여 혼용되고 있는데다 가르치는 사람에 따라 주관적으로 사용되어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천에서 열린 제2회 세계품새선수권대회에서 중국선수들이 단체전 품새를 하고 있다. 품새 용어 정립은 겨루기와 시범에 비해 더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이 같은 폐단을 근본적으로 바로잡기 위해 국기원연구소(소장 이규석)은 지난 3월 ‘태권도용어정립위원회’(위원장 강성철)를 구성하고, 매월 1회 각 영역별 위원들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회의를 하고 있다.

국기원연구소 측은 “태권도 용어 정립 기준안을 마련하고, 태권도 용어 표준화 및 태권도용어집을 발간하는 것이 용어정립위원회를 구성한 목표”라며 “ 오는 11월 공청회를 열어 중간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논의한 용어정립위원회의 회의 내용은 △의학용어, 해부학용어 등 다른 학술용어들을 참고하고 태권도에 맞게 적용해 일관된 용어 정립 기준을 정하고 △태권도의 분류 체계를 재구성하고, 태권도의 기본을 바탕으로 분류별 기본동작을 정립해 응용 동작의 뿌리를 만들며 △용어 정립에 대한 타당성을 얻고, 태권도계 전체의 사용을 위해 연구 기간 중 약 300명의 일선 지도자들로 설문 조사단을 구성해 용어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기로 했다.

용어정립위원회는 앞으로 정립된 용어를 바탕으로 국기원교본에 가나다순과 주제별 찾아보기(index)를 삽입하고, 용어들이 한자에서 한글로 바뀌는 과정에서 조어(造語) 과정이 드러나지 않아 어원을 모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용어집에서 용어 변천사와 용어 제정의 이유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작업이 워낙 방대해 ‘태권도 용어집’을 출간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용어정립위원회 자문을 맡고 있는 이종관 연수처 교육팀 차장은 “어떤 기준에 근거를 두고 용어를 정립할 것이냐가 중요하다”며 “현재 용어 정립은 초기 단계이다. 용어 정립을 위해 각 영역별로 동작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고 다양한 용어를 추출한 후 연구와 검증 등을 거쳐 용어집을 발간하려면 5년이 걸릴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만큼 용어정립 작업이 전문가 몇 사람의 노력으로 단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기원연구소는 정립한 용어가 태권도계에서 충분히 사용될 수 있는지 다각도로 검증하기 위해 2-3년의 연구 기간을 두고 진행할 계획이다.

용어 정립에 대한 태권도인들은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10년 전 이봉 경원대 교수가 한 세미나에서 용어 정립의 필요성을 제시했지만 큰 진척이 없어 ‘국기원은 뭐하는 곳이냐’며 쓴소리를 하던 태권도인들도 이번 만큼은 국기원의 적극적인 노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편, 국기원연구소는 용어 정립에 대한 일선 지도자들의 생각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도장 혹은 경기장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 국기원 태권도교본에 수록되지 않은 용어와 국기원 교본과 다르게 사용되는 용어, 일부 도장에서만 사용하는 용어 등을 수집하고 있다.

서성원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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