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운규 국기원장(사진)이 오는 2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전격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엄운규 원장.

엄 원장은 지난 17일 오전 원장 집무실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10일 운영위원회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사퇴하는 이유를 밝혔다"며 "2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사퇴를 하고, 그 이후에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국기원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엄 원장이 사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은 서울시태권도협회 대외협력단이 13년 전 김운용 전 원장 시절에 이뤄진 국기원 불법 증축(강의실)에 대해 민원을 제기해 심적으로 고충을 겪어온 데다가 최근  강남구청이 이 민원이 좀처럼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3천 3백여 만원의 추징금을 국기원에 부과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엄 원장은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한마당과 관련해 미국 단체 측에서 2억 원을 더 지원해 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현재 국기원은 2억 원을 지원해줄 형편이 아니어서 마음이 아팠다. 이런 마당에 1차(상반기) 추징금으로 3천 3백여 만 원을 내고, 2차 추징금을 후반기에 또 내면 7천만 원이 된다"며 "국기원 수장으로서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데, 능력이 없어서 이것을 지키지 못하고 손해를 끼치게 됐으니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엄 원장은 심한 자괴감과 허탈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이날 인터뷰 도중 "이런 일로 왜 사퇴를 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현직에 있는 나의 고충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서울시태권도협회 대외협력단이 불법 증축 문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 "이제 와서 국기원의 하급단체가 이 문제를 거론한 것 자체가 태권도계의 조직 질서와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며 "내가 국기원을 떠나더라도 많은 태권도인들은 훗날 나의 진심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엄 원장의 이 같은 결심에도 불구하고 오는 26일 이사회에서 그의 사퇴가 받아들여질 지는 미지수다. 많은 이사들이 그의 사퇴를 만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오는 22일 국기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의 법정법인이 되기 때문에 정관 개정에 따라 이사장과 원장은 분리된다.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선출된 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되고, 원장은 호선으로 선출된 후 장관에게 보고만 하면 된다.

서성원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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