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 직원 해고사건에 주요 참고자료로 제출된 진술의 진술자로 폴란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수광(67) 사범이 자신이 WTF에 제출했던 진술을 전면 부정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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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헌 전 부장(왼쪽)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는 말을 하고 있는 이수광 사범(오른쪽). |
제18회 세계군인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폴란드 대표팀 코치 자격으로 방한한 이 사범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WTF 이상헌 부장에게 2004년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올림픽 출전 유럽예선대회에서 현금 1,300달러를 전달했다고 WTF에 제출한 진술서는 사실이 아니며, 이 전 부장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사범은 자신이 사실이 아닌 진술서를 WTF에 제출하게 된 경위에 대해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A 사범과 사적인 술자리에서 WTF의 직원 기강이 해이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에 의견일치를 본 후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돕겠다는 의사를 A 사범에 전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이 진술서를 써서 한국에 보내게 됐다”고 밝혔다.
그 후 입장을 바꾸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특정한 개인에게 피해가 가기를 원한 것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이 전 부장이 해고까지 당하게 되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사실을 밝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범은 또 이 과정에서 “WTF 양진석 총장으로부터 한국에 오면 비행기표, 숙박 비용에 용돈 300여 만원까지 더해 총 5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지원받기로 약속했었다”고 말했다.
이 사범은 “자신이 진술내용을 번복하는 입장이 WTF에 알려지자 WTF 차원에서 자신에게 압력이 들어왔으며 자신의 가족에게까지 압력을 가하는 모습에 분개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 사범의 주장에 대해 WTF 양진석 총장은 “언급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자신의 진술서를 전면 부정하는 말을 한 이 사범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입장을 보여 진술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군인선수권대회 첫날인 23일 기자와 만났던 이 사범은 “자신의 팀 선수의 경기가 끝나는 26일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을 했었으나, 정작 26일 경기가 끝나자 “할 말이 없다”고 자신의 약속을 전격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이은 기자들의 질문공세에도 입을 열지 않던 이 사범은 이상헌 전 부장이 “나에게 돈을 주었는지 주지 않았는지 사실을 분명하게 말해달라”고 다그치자 그때서야 “돈 준적이 없다”고 확인을 해주었다.
이에 대해 WTF 김환표 총무부장은 “이 사범이 자신의 진술을 번복하는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며 “이 사범의 진술이 이 전 부장의 해고 사유 중 하나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사범의 진술은 WTF가 확보한 여러 건의 증거자료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이 사범의 진술 외에도 이 전 부장의 비위행위와 관련해 확보된 자료는 여러 건이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또 “이수광 사범의 진술의 진위여부는 이번 사건(WTF 직원해고사건)의 본질이 아니다”며 “전체적인 차원에서 볼 때 이번 사건은 국제스포츠로서 태권도를 바로 세우려는 쪽과 사리사욕을 위해 태권도와 WTF를 흔들려는 쪽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나타난 행태로 볼 때 이수광 사범의 진술은 그것이 ‘돈을 주었다’는 것이건 ‘돈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건 신뢰하기 어렵다.
이처럼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의 말을 직원 해고사건에서 주요자료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WTF의 업무진행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수광 사범은 누구?
- 이수광 사범(67)은 현재 폴란드 포즈난에서 활동하고 있는 태권도사범이다. 이 사범은 1970년 독일로 건너가 태권도 사범으로 활동하다 1991년 동유럽 민주화 물결을 타고 폴란드가 개방되자 폴란드로 건너갔다.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이 사범은 폴란드에서 태권도를 직업으로서 가르치는 첫 번째 사범이 되었으며 그 후 폴란드 태권도협회 등에서 활동하며 태권도를 지도해왔다.
박성진 기자 kaku6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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