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전국 규모 태권도 대회의 지방 유치 바람이 활기를 뛰어 넘어 정착기에 접어들고 있다.

국가대표선수선발전 등 중요한 대회를 제외한 나머지 대회는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열리고 있다. 자치단체들이 앞 다퉈 대회를 유치하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10여 개의 대회가 경북 안동을 비롯한 지방에서 열리고 있다.

■ 자치단체의 대회 유치 시기

자치단체가 전국 규모의 태권도 대회를 본격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1995년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의미에서 민선에 의해 자치단체장이 선출되자 지역 경계 활성화를 위해 2-3천명의 선수들과 학부모들이 운집하는 태권도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자치단체들이 경쟁을 벌였다.

자치단체의 유치 경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곳은 한국중고태권도연맹이었다.

박종식 중고연맹 상임부회장은 “8년 전 광주광역시를 시작으로 강원도 양구와 강화 등에서 대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중고연맹이 지방에서 대회를 열자 대한태권도협회(KTA) 산하의 다른 연맹들도 잇따라 지방에서 대회를 열기 시작했다.
KTA도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차단체의 유치 신청을 받아 들여 지방에서 대회를 열기 시작했다.

■ 대회 유치의 절차와 과정

전국 규모 태권도 대회를 유치하려면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KTA를 비롯해 각 연맹들은 대회를 개최하기 1년 전에 유치 신청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자치단체가 대회를 유치하려면 대체적으로 우선 해당 시도태권도협회에 유치 신청을 해야 한다. 자치단체의 유치 신청을 받은 시도협회는 대회 유치의 적합성을 고려한 후 대회를 유치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대회를 주최하는 단체에 공식적으로 유치 신청을 하고, 대회 주최 단체는 유치 신청을 한 곳을 선별해 유치지역을 최종 선정한다.

이런 절차를 간과하고 자치단체가 소수의 태권도인과 결탁해 대회 주최 단체와 직접 협상을 해 물의를 빚는 일도 더러 있었다.

■ 대회 유치에 필요한 요건

자치단체가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넓은 체육관과 쾌적한 숙박시설을 갖춰야 한다. 체육관은 보통 대회의 경기 일정 등을 고려해 3개의 경기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KTA는 전국규모의 태권도 대회를 유치할만한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은 일부 자치단체가 대회를 유치해 체육관과 숙박 등에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자 군(郡) 단위의 자치단체에는 유치권을 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KTA의 산하의 연맹들은 여전히 군(郡) 단위의 자치단체에서도 대회를 열고 있다.

이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대회 유치금. 체육관과 숙박시설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유치금이 적으면 대회 주최단체에서 꺼리기 때문이다.

보통 전국 규모 대회를 유치하려면 1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참가 선수가 다른 연맹보다 훨씬 많아 자치단체로부터 대회 유치가 쇄도하고 있는 중고연맹의 경우, 10일이 넘는 중고연맹회장기대회를 유치하려면 자치단체는 최소한 1억 7천만 원의 유치금이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 박종식 중고연맹 상임부회장은 “대회 유치에 들어가는 하루 비용은 1,500만 원 정도”라고 했다.

대회를 유치하려면 이것 말고도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찮다.

대회를 유치한 자차단체와는 별개로 대회 주최측과 제도권 관계자들을 대접하기 위해 해당 시도협회도 수천만 원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 대회 유치의 문제점

자치단체가 대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대회 주최 단체의 얄팍한 편의주의로 인해 대회의 주인공인 선수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것이다.

유치금을 많이 내는 자치단체 위주로 대회 장소를 선정하다보니 대회를 유치할만한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대회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쾌적하고 넓은 체육관은 고사하고 편하게 잠을 자야할 숙소가 모자라 고충을 토로하는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체육관이 협소하고 부대시설이 미흡해 대회 기간 중에 비가 내리면 몸을 푸는 등 준비 운동을 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 선수들이 제대로 경기를 준비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여기에 지리적으로 외진 곳에서 대회가 열리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6-7시간씩 걸려 대회 장소에 도착해야 하는 팀들도 많아 이중고에 시달리는 선수들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회 장소를 선정할 때 우선적으로 선수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치 여건이 미비한 자치단체의 과욕과 대회 예산을 확보하려는 대회 주최단체의 편의주의에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희생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자치단체의 대회 유치금과 관련, 일부 태권도인들은 대회 주최 단체가 유치금을 받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해 상황에 따라선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성원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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